“국민주권과 맞지 않아”...공산당은 즉위식 불참
일본 왕실이 오는 22일 나루히토(德仁) 일왕의 즉위 의식에 참석하는 해외 왕실을 공항 등에서 영접하거나 배웅하지 않기로 했다고 마이니치신문이 10일 보도했다. 1990년 아키히토(明仁) 일왕 즉위 의식 때와 달리 대응할 수 있는 성인 남성 왕족이 사실상 후미히토(文仁 ) 왕세제(53)밖에 없다는 이유다. 왕족이 감소하고 있는 일왕가의 현실이 반영됐다는 풀이가 나온다.
보도에 따르면 1990년 11월12일 아키히토 일왕 즉위 의식에는 160개 국가 및 국제기구의 수장 등이 참석했다. 일본 왕실은 이 가운데 26개국의 국왕들에 대해 관습대로 남성 왕족이 혼자 혹은 부부가 함께 공항이나 호텔에서 영접했다. 이들이 귀국할 때도 배웅을 하면서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당시 성인 남성 왕족은 7명 있었는데, 왕세자였던 나루히토와 동생인 후미히토, 작은 아버지인 마사히토(正仁), 종숙부인 도모히토(寬仁)와 노리히토(憲仁) 등 5명이 접대를 담당했다.
이에 비해 현재 성인 남성 왕족은 후미히토와 마사히토 2명뿐이다. 휠체어 생활을 하고 있는 83세의 마사히토가 영접을 맡는 것은 곤란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는 190곳 이상의 국가와 국제기관에 초대장을 보낸 만큼 이번 즉위 의식 참석자는 지난 번보다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궁내청은 후미히토 혼자 접대를 담당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고 마이니치는 전했다.
한편 1990년 11월 아키히토 일왕 즉위 의식 그 다음날에는 일왕 부부가 국왕들을, 왕세자가 왕족들을 거처로 초대해 다회(茶會)를 열었다. 남녀의 성인 왕족은 나눠서 참가했다. 이번에는 일왕과 왕비가 주최하는 23일 오후 다회로 일원화하기로 했다. 왕족이 부족한 현실을 반영한 판단으로 보인다.
현재 일본 왕실 구성원은 18명이다. 특히 왕위 계승 후보는 후미히토와 그 아들 히사히토(13), 마사히토 단 3명이다. 일본 왕실전범은 아버지가 왕족인 남성의 왕위 계승만 인정한다.
현재 30대 이하의 왕족 7명 가운데 6명이 미혼 여성이다. 왕실전범에 따르면 여성 왕족이 일반인과 결혼하면 왕실을 떠나게 된다. 이렇게 되면 왕족 수는 더 줄어들게 되고, 공무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왕위의 안정적 계승 등을 위해 여성 일왕이나 어머니가 왕족인 일왕을 인정하거나 여성 왕족이 결혼한 후에도 왕실에 남을 수 있는 ‘여성 궁가(宮家)’를 신설하는 방안이 논의돼 왔지만, 결론은 매번 뒤로 미뤄졌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과 보수·우익들은 남계남자에 의한 왕위 계승이라는 기존 전통을 중시한다. 아베 총리는 2006년 고이즈미 준이치로( 小泉 純一郞) 총리 시절 관방장관으로 여성여계(女性女系) 일왕을 인정하는 왕실전범 개정안 제출을 막았다. 민주당 정권 시절엔 “남계로 이어온 왕실의 역사와 전통의 근본원리를 무너뜨릴 위험성이 있다”고 ‘여성 궁가’에 비판적인 입장을 취했다. 아베 정권의 지지기반인 일본회의 등 우익 세력의 반대도 강하다.
한편 일본공산당 고이케 아키라(小池晃) 서기국장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공산당은 즉위 의식에 출석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신이 일왕의 지위를 내려줬다는 신화에 기반한 ‘다카미쿠라(高御座)’에서 일왕이 즉위를 표명하는 것은 “헌법의 국민주권과 정교분리 원칙과 양립하지 않는다”는 이유다. 실제 일왕의 즉위 의식은 다카미쿠라에서 총리 등 3권의 수장을 내려다보면서 즉위를 선언하는 형태로, 국민주권에 반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아울러 다음달 14~15일 실시되는 추수 감사 의식인 ‘다이조사이’(大嘗祭)도 신도 형식으로 진행되는 종교색이 짙은 의식으로 정교분리 원칙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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