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1일 소비세 세율을 8%에서 10%로 올렸다. 소비세 증세는 2014년 4월(5%→ 8%) 이후 5년반 만이다.
일본 정부는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주류와 외식을 제외한 음식료품은 세율 8%를 적용하는 ‘경감세율’과 무현금 거래에 최대 5%를 돌려주는 ‘포인트 환원’ 제도 등도 함께 시행했다. 하지만 복잡한 제도와 준비 부족 탓에 여기저기서 우왕좌왕하는 모습이 연출됐다. 경기 악화에 대한 우려도 좀체 가시지 않고 있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이날 새벽 0시에 맞춰 편의점, 음식점, 철도역 등에선 가격표와 시스템 교체 작업을 진행했다. 도쿄 이케부쿠로의 편의점 ‘로손’에서 점원들은 경감세율 대상이 되는 음식료품에는 ‘경(輕)’자가 표시된 가격표를 붙인 반면, 주류 등 증세 대상이 되는 상품은 검은색 표시를 한 새로운 가격표로 바꿨다.
철도회사들도 이날 일찍 발권 시스템과 운임표를 교체했다. JR 신주쿠역에선 오전 1시 막차가 출발한 뒤 역 담당자가 사다리에 올라가 기존 운임표를 떼고 새 운임표로 바꿨다.
하지만 일부에선 일찌감치 문제가 발생했다.
편의점업체 미니스톱은 이날 0시부터 약 3시간에 걸쳐 전국의 점포 2000곳 전체에서 시스템 교체에 따른 장애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경감세율 대상이 아닌 일용품을 경감세율 8%로 계산하거나, 이 업체가 독자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할인 계산이 잘못돼 대금을 더 받는 등 문제가 생겼다. 또 이날 오전 JR동일본의 인터넷예약사이트에서 장애가 발생, 수도권 일부 자동발권기에서 좌석표를 구입 못하는 일이 발생했다. 다만 JR동일본 측은 증세에 따른 시스템 장애는 아니라고 했다.
포인트 환원 제도에 가입한 점포가 전체의 25%에 불과하는 등 준비 부족도 눈에 띄었다. 한 회사원은 도쿄 신바시역 앞 편의점에서 맥주와 과자 약 2000엔을 구입하고서 포인트 환원을 받을 수 있는 무현금 결제를 했지만, 스마트폰에선 확인이 되지 않았다. 이 회사원은 도쿄신문에 “손해본 기분이다. 시스템이 알기 어렵다”고 했다.
앞서 전날 밤까지 막판 사재기가 이어졌다. 잡화체인 돈키호테 도쿄 메구로점에는 대량 구매를 하려는 이들로 북적거렸다. 상자째 구입하는 사람도 있었다. 한 50대 주부는 세제와 화장품 등 1만2000엔(약 13만원)어치를 사면서 “분위기에 휩쓸려 그만 사고 말았다. 집에 쟁여둘 것”이라고 아사히신문에 말했다. 일부 점포에는 치약이나 칫솔, 세제 등 일용품을 사두려는 사람들이 몰려 일찌감치 동이 난 제품들도 있었다.
5년 만의 증세를 맞이하는 일본인들의 심정은 복잡했다. NHK는 ‘마음이 무겁다’, ‘증세로 가계가 궁핍해진다’ 등 가계부담을 걱정하는 인터넷 게시물이 눈에 띄었다고 전했다.
증세로 인한 경기 악화 우려는 불식되지 않고 있다. 공교롭게도 이날 발표된 전국기업 단기경제관측조사에서 제조업 대기업의 경기 판단을 보여주는 지난달 업황판단지수는 지난 6월보다 2포인트 하락한 플러스 5로 3분기 연속 악화했다. 도쿄신문은 “증세로 인한 경기 악화 우려가 퍼지고 있는 게 반영됐다”고 분석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이날 총리 관저에서 기자들과 만나 “세율 인상에 따른 영향을 주시해 만전의 대책을 취할 것”이라고 했다. 아사히신문은 “정부는 경기 후퇴 가능성이 커지면 추가 대책을 검토할 방침이지만 증세 시기나 판단의 잘잘못을 추궁받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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