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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일본 니혼 닛폰

이틀새...일본 연 강수량 40%가 쏟아졌다

   대형 태풍 ‘하기비스’가 일본 열도를 할퀴고 지나가면서 40명 이상이 사망하거나 실종됐다.
 특히 이번 태풍으로 연간 강수량의 30~40%에 해당하는 기록적인 폭우가 하루이틀 새 쏟아지며 각지에서 하천이 범람해 침수 피해가 잇따랐다. 1958년 1200명의 사망·실종자를 냈던 ‘가노가와’ 태풍 이후 수도권에 상륙한 가장 강력한 태풍으로 기록됐다. 한국을 초청하지 않은 채 14일 개최할 예정이던 일본 해상자위대 관함식도 취소됐다.
 13일 NHK에 따르면 전날 저녁 시즈오카(靜岡)현 이즈(伊豆)반도에 상륙한 하기비스는 밤새 수도권 간토(關東)와 도호쿠(東北) 지방에 많은 비를 내린 뒤 이날 오전 미야기(宮城)현 앞바다로 빠져나갔다. 이날 오후 9시 현재 30명이 숨졌으며 15명이 실종됐다. 부상자는 177명으로 집계됐다. 군마(群馬)현 도미오카(富岡)시에선 전날 밤 산의 토사가 주택 4동을 덮쳐 70대 어머니와 50대 아들 등 3명이 숨졌다. 가나가와현의 인기 온천 관광지인 하코네(箱根)정에는 이날 새벽까지 이틀 동안 1001㎜의 폭우가 내렸다.
 곳곳에서 제방이 무너지고 하천이 범람했다. 이날 오전 6시쯤 나가노현을 흐르는 지쿠마(千曲)강 제방 70m가 붕괴해 나고야시와 지쿠마시 등 광범위한 지역이 물에 잠겼다. 이에 따라 나가노 신칸센 차량기지가 물에 잠겨 고속철도 차량 10대가 침수됐다. 오전 8시쯤 사이타마(埼玉)현 가와고에(川越)시에선 인근 강의 범람으로 고령자 복지시설이 침수돼 260명이 일시 고립됐다. 국토교통성에 따르면 전국 21곳의 하천 제방이 무너지고, 142곳의 하천이 제방을 넘어섰다.
 범람 위험 지역이 속출하면서 전날 밤 한때 즉시 피난을 명령하는 ‘피난지시’와 피난을 권고하는 ‘피난권고’ 대상자가 합해서 1300만명을 넘어서기도 했다. 전날 오후 9시를 기준으로 81만3000가구, 165만9000명에 대해 ‘피난지시’, 412만가구, 923만명을 대상으로 ‘피난권고’가 내려졌다. 기상청은 13개 광역지자체를 대상으로 경보 중 가장 높은 ‘폭우특별경보’를 발표했다. 특별경보는 이날 오전 해제됐다.
 각종 행사의 취소·연기도 잇따랐다. 가나가와(神奈川)현 사가미(相模)만에서 14일 예정됐던 해상자위대 관함식은 취소됐다. 일본은 관함식에 한·일관계 악화 영향으로 한국 해군을 초대하지 않았다.
 도쿄전력에 따르면 이날 오후 8시까지 수도권과 시즈오카 등에서 모두 8만여가구가 정전됐다. 전날 운행이 중단됐던 철도와 지하철은 이날 오전 운행을 재개했다. 일본 국내 항공편은 대부분 결항했다.
 한편 후쿠시마현 다무라(田村)시는 전날 밤 방사능 제염 작업 시 나온 나무나 풀 등 폐기물을 담은 자루가 폭우로 강에 흘러들어갔다고 발표했다. 다무라시 측은 하천 일대를 수색해 유실된 자루 중 10개를 회수했으나 모두 몇 개가 유실됐는지는 확인하지 않았다. 임시보관소에는 폐기물 자루가 2667개 있었다.
 시 측은 폐기물이 자루에서 빠져나가지는 않았다고 했지만, 일부는 하류로 흘러들어갔을 수 있다고 NHK는 전했다. 폐로가 진행 중인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오염수 누수를 알리는 경보기가 전날 한때 울리기도 했다. 도쿄 | 김진우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