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피해자를 기리는 ‘평화의 소녀상’이 66일 만에 세상 밖으로 나왔다. 일본 ‘아이치(愛知) 트리엔날레’에서 소녀상 등을 선보였다 사흘 만에 중단된 기획전 ‘표현의 부자유전·그 후’가 8일 오후 우여곡절 끝에 재개되면서다. ‘표현의 자유’를 옹호한 일본 예술가와 시민들이 어렵게 이뤄낸 성과다.
이날 아이치현 나고야(名古屋)시 아이치예술문화센터는 전시를 보려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표현의 부자유전·그 후’ 전시장이 자리한 8층 전시실 앞. 지난 8월3일 전시 중단 결정 이후 출입을 막기 위해 설치됐던 3m 차단벽은 사라졌다. 5m 정도 떨어진 곳에 옮겨진 차단벽에는 “표현의 부자유를 볼 자유” 등을 적은 색색이 종이가 붙어 있었다. 그러나 전시장 입구에는 일부 가벽이 남아 있었고 경비원들이 출입을 통제하고 있었다. 일본 우익들의 항의·협박 등을 의식한 주최 측이 안전을 의식 했기 때문이다.
주최 측은 이날 오후 2시와 4시 두 차례 가이드투어 형식으로 관람을 진행했다. 희망자 중 추첨으로 각각 30명을 뽑았다. 오후 1시, 예술문화센터 10층은 관람을 희망하는 사람들로 가득 찼다. 행렬은 11층까지 이어졌다. 1차에 709명, 2차에 649명이 응모했다. 회당 20 대 1의 경쟁률을 넘는 수준으로, 중복 신청을 고려하면 이날 하루 1000명가량이 관람을 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도쿄에서 왔다는 여성 대학원생(23)은 “이번 소동이 피해자들에게는 ‘2차 가해’가 되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관람에 당첨된 고이데 히로유키(小出裕之·61)는 “실제 어떤 경위로 제작됐고, 어떤 설명을 하는지 알고 싶다”고 했다.
관람객들은 사진과 동영상 촬영을 할 수 없으며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를 퍼트려서도 안된다. 관람객들은 관람에 앞서 주최 측의 이런 요구 사항을 준수하겠다는 서약서까지 썼다. 언론에도 전시장은 공개되지 않았다.
당첨된 30명은 수화물 및 금속탐지기 검사를 거친 뒤 전시장 안으로 들어갔다. 전시 중지 이후 전시장에 그대로 남아 있던 소녀상 등 작품 23점이 이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큐레이터가 작품 내용과 전시 경위 등을 설명하고, 관람객들이 질문하는 시간이 마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관람객들은 소녀상 옆에 놓인 의자에 앉기도 했다고 한다. 관람 시간은 1시간 정도였다.
전시를 본 70세 여성은 “소녀상 전시가 3일 만에 끝나 세계에 얼마나 부끄러운 일일까 생각했는데 1주일이라도 할 수 있게 돼 다행”이라고 했다. 오사카에서 왔다는 다카히라 마사아키(高比良正明)는 “징용도, 위안부도, 난징 학살도 사실을 확인한 뒤 말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러나 소수 관람만을 허용하고, SNS 게재 등을 금지하는 것이 사실상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이날 오전 예술문화센터 앞에선 ‘표현의 자유’를 옹호하는 시민 30여명의 집회가 열렸다. 이와나카 미호코(岩中美保子·66)는 “나고야에서 검열의 역사가 만들어지는 전례가 되지 않은 게 기쁘지만 싸움은 이제부터”라고 말했다. 반면 이번 전시가 “일본인의 마음을 짓밟는다”는 망언을 했던 가와무라 다카시 나고야시장도 예술문화센터 앞에 주저앉아 1인 시위를 했다. 그는 “표현의 자유라는 이름을 빌려 여론을 폭력적으로 하이재크(공중납치)하는 것을 그만두라”고 주장했다.
어렵게 재개됐지만 남은 기간은 1주일뿐이다. 트리엔날레는 14일 폐막한다. 지난 8월1~3일 전시까지 합하면 단 10일 소녀상이 일본 공공미술관에 선보이게 되는 셈이다. 주최 측은 가이드투어 횟수를 늘릴 방침이다. 부자유전 실행위 측은 적어도 30명씩 8차례 관람이 이뤄지길 바라고 있다. 실행위원인 오카모토 유카(岡本有佳)는 “여러 제한에 작가들도 납득 못하는 일들도 있다. 숙제가 아직 많다. 한 사람이라도 더 많은 분들께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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