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자민당의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간사장이 한·일관계와 관련해 “일본이 양보할 수 있는 것은 해야 한다”고 했다고 요미우리신문이 28일 전했다. 집권자민당 ‘2인자’가 한국에 대한 ‘양보’를 강조한 것은 이례적이다. 한·일 대립의 영향이 경제와 민간 교류에까지 미치는 데 대한 일본 내 우려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신문에 따르면 니카이 간사장은 지난 27일 위성방송인 BS TV도쿄의 프로그램 녹화에서 “원만한 외교를 전개할 수 있도록 한국도 노력할 필요가 있지만 우선 일본은 손을 내밀어 양보할 수 있는 것은 양보할 일”이라고 했다. 또 “우리는 더 어른이 되어 한국이 하고 싶은 말도 잘 듣고 대응할 정도의 도량이 없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일본 국민들 사이에 반한 감정이 높아진 상황에서 유력 정치인이 한국에 대한 양보를 언급한 것은 이례적이다. 니카이 간사장은 자민당 내에서 총재인 아베 신조 총리에 이은 ‘넘버 2’로, 대표적인 지한파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자신의 계파 소속 의원 전원과 함께 한국에서 연수회를 했고, 지난달엔 무소속 박지원 의원과 오사카에서 5시간 넘게 만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달 일본을 찾은 한국 국회의원단과의 면담을 취소하는 등 최근 한·일 관계에 대한 적극적인 움직임을 피해왔다. 자민당 내 강경론에, 자신의 간사장 연임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숨을 죽인 것으로 보인다.
그런 그가 양국 관계 개선을 주장하고 나선 데는 지난 11일 간사장 연임으로 여력이 생긴 데다 한국의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나 일본 여행 기피 움직임이 일본 경제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고 있는 데 대한 우려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본정부관광국에 따르면 지난 8월 일본을 찾은 한국인 여행자 수는 지난해 같은 달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니카이 간사장은 관광진흥의원연맹 맡고 있는 등 일본 관광업계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
다만 니카이 간사장의 발언이 아베 신조 정권의 태도 변화를 보여준다고는 판단하기 힘들다. 한국에 대한 강경책은 총리 관저가 주도하고 있고, 이에 관한 기류 변화는 감지되지 않기 때문이다. 도쿄의 한국 소식통은 “총리 관저는 단단하다.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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