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4일 악화된 한·일 관계와 관련, “(한국에) 국제법에 입각해 국가와 국가의 약속을 준수할 것을 요구하고 싶다”고 밝혔다.
아베 총리는 이날 오후 임시국회 개회를 맞아 중의원에서 한 소신표명 연설에서 “한국은 중요한 이웃국가”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한국 법원의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로 한국이 국제법을 위반하는 상태가 됐으므로, 한국 측이 이를 시정해야 한다는 기존 주장을 반복한 것이다. 한국을 ‘중요한 이웃’이라고 규정하면서도, 한국 측의 태도 변화 없이는 관계를 개선할 뜻이 없음을 재확인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아베 총리는 이날 연설에서 외교·안보 분야를 설명하는 대목에서 한국에 대해 단 두 문장으로 언급했다. 미국, 북한, 중국, 러시아 등과의 관계에 대한 의견을 피력한 뒤 사실상 마지막에 한국을 거론했다. 교도통신은 아베 총리가 한국을 중요한 이웃이라고 했지만 외교 문제를 거론하면서 맨 마지막 부분에서 언급했다면서 악화하고 있는 한국과의 거리감을 숨기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아베 총리는 지난 1월 국회 새해 시정연설에선 아예 한·일 관계를 현안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한·일 관계가 악화된 가운데 의도적인 무시 전략을 쓰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날 연설에서도 이런 태도가 드러났다. 아베 총리는 북한 문제에 대해 “미국과 긴밀하게 제휴하고 국제사회와 협력하면서 국민의 안전 확보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했다. 올초 시정연설에선 한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와 긴밀히 연대하고 협력하겠다고 했지만, 이번엔 한국을 협력 상대로 거론하지 않은 것이다.
아베 총리는 북한 문제에 대해 “무엇보다 중요한 납치 문제의 해결을 위해 조건을 붙이지 않고 김정은 조선노동당위원장(국무위원장)과 마주하겠다는 결의”라면서 “냉정한 분석을 토대로 모든 기회를 놓치지 않고 과단성 있게 행동하겠다”고 했다.
헌법 개정에 대한 의욕도 재차 내비쳤다. 그는 연설 마지막 부분에 “레이와(令和·나루히토 일왕 연호) 시대의 새로운 나라 만들기를 진행하자”며 “그 이정표가 헌법”이라고 했다. 이어 “어떤 나라를 목표로 할지 그 이상(理想)을 논의해야 할 장소가 (국회) 헌법심사회가 아닌가”라며 “국회의원들이 제대로 (개헌 문제를) 논의해 국민에게 책임을 다하자”고 말했다. 이번 임시국회에서 헌법 개정안을 본격 논의해 내년 중 국민투표에 부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분석된다.
아베 총리는 특히 1919년 국제연맹에 일본의 전권대사로 파견됐던 마키노 노부야키(牧野伸顯)의 이야기를 거론했다. 그는 “1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국제연맹에서 일본은 미래를 향한 새로운 원칙으로 인종평등을 치켜들었다”며 “세계에서 식민지가 퍼지고 있었던 당시 일본의 제안은 강한 반대를 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마키노는 당시 의연하게 ‘곤란한 현상이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지만, 결코 극복하지 못할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고 소개했다. 한반도를 식민지배하고 있었던 일본이 식민지배에 맞섰다는 식으로 궤변을 펼친 것이다. 일본군 위안부나 강제징용 문제 등 식민지배와 전쟁 책임을 회피하는 아베 정권의 인식이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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