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70(사요나라·안녕) 포켓벨.”
지난 29일 전자상가가 밀집한 도쿄 아키하바라(秋葉原)역 인근에선 특이한 장례식이 열렸다. ‘모두의 포켓벨장(葬)’.일본에서 간편한 통신수단으로 1990년대를 풍미한 무선호출기 ‘포켈벨(한국명 삐삐)’ 서비스가 30일 종료되는 것을 아쉬워하는 이들이 모였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장례식은 도쿄 장제(葬祭)협동조합이 주최했다. 업무상 급한 연락이 빈번한 장의업자에게 포켓벨은 필수였던 만큼 “감사의 마음을 담았다”고 한다.
2시간30분 가까이 진행된 행사에는 아키하바라를 찾은 고객 등을 포함해 약 300명이 참가했다. 영정으로 쓰인 커다란 포켓벨 사진에는 ‘1141064(아이시테루요·사랑해요)’라는 숫자가 표시됐다. 조합이 포켓벨 영정에 가장 어울리는 숫자를 물어본 결과 ‘0840(오하요오·안녕)’, ‘49106(시큐테루·전화해)’ 등이 거론됐지만, 가장 추천이 많았던 게 ‘1141064’였다고 한다.
방문객들은 차례로 하얀 카네이션을 헌화한 뒤 머리를 숙였다. 흐느껴우는 40·50대 남성도 있었다고 한다. 조합 측은 “장례식을 해서 좋았다. 장의사로서 과분할 정도로 고맙다”고 했다.
포켓벨을 사용한 무선호출 서비스는 1968년 당시 전신전화공사(NTT 전신)가 시작했다. 1985년 숫자를 단말기에 표시할 수 있게 되면서 한국의 ‘8282(빨리빨리)’처럼 숫자를 이용한 메시지를 보내는 방법이 젊은이들 사이에 널리 퍼졌다. 문자를 표시하는 기능도 더해지면서 급속하게 보급이 진행, 포켓벨로 대화를 나누는 상대를 ‘벨토모(포켓벨과 친구를 뜻하는 도모를 조합한 말)’라고 부르는 등 사회현상으로까지 번졌다. NTT 외에도 여러 기업이 포켓벨 시장에 진입하면서 최전성기인 1996년에는 계약수가 1061만건에 달했다.
하지만 이후 휴대전화 등이 등장하면서 이용자가 계속 감소해 사업자가 잇따라 철수했다. 2007년 NTT가 서비스를 종료했고, 2017년에는 오키나와에서 사업을 하던 오키나와텔레메시지가 서비스를 종료했다.도쿄텔레메시지가 유일한 사업자로 남아 도쿄를 비롯한 수도권 일부 약 1500명에게 서비스를 제공해왔지만, 지난해말 서비스를 종료하기로 결정했다.
도쿄텔레메시지는 이날 심야부터 포켓벨용 전파를 차례로 중지시킨다. 1968년 일본에서 포켓벨 서비스가 처음 도입된 지 51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도쿄텔레메시지는 포켓벨이 사용하고 있던 전파를 활용해 지방자치단체용 방재무선사업에 집중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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