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기리는 ‘평화의 소녀상’이 전시된 예술행사에 당초 교부키로 했던 보조금을 전액 지급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교도통신 등 일본 언론이 26일 보도했다. ‘절차상 문제’를 이유로 들었지만, 일본 사회의 금기를 건드리는 소녀상 등의 작품이 전시된 데 사실상 보복 조치를 한 셈으로, ‘표현의 자유’ 침해 논란도 재연될 것으로 보인다.
보도에 따르면 일본 문화청은 지난달 1일부터 아이치(愛知)현 일대에서 진행되고 있는 ‘아이치 트리엔날레’에 보조금 약 7800만엔(약 8억6000만원)을 교부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문화청은 지난 4월 ‘아이치 트리엔날레’를 문화의 활용·추진을 목적으로 한 보조사업으로 채택, 보조금 7800만엔을 교부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일련의 사태’를 계기로 재검토한 결과 아이치현이 전시장의 안전과 사업의 원활한 운영을 위협할 수 있는 중대한 사실을 인식하고 있었음에도 신고하지 않는 등 절차가 부적절하다고 판단해 보조금을 전액 교부하지 않기로 했다고 일본 언론은 전했다. ‘일련의 사태’는 소녀상이 출품된 ‘표현의 부자유전·그 후’ 기획전에 대해 우익 세력들의 항의·협박이 쇄도해 주최 측이 전시 사흘 만에 중지시킨 것을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
문화청 관계자는 교도통신에 “전시 내용의 시비(是非)가 교부하지 않는 이유는 아니다”라고 했지만, 사실상 소녀상 전시를 문제삼은 것으로 보인다. 앞서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지난달 2일 “(보조금) 심사 시점에선 구체적인 전시 내용의 기재가 없었다. 사실 관계를 확인, 정밀조사한 뒤 적절히 대응해갈 것”이라고 했다. 일본 공공미술관에서 소녀상 등을 전시하게 된 과정·배경을 문제삼아 압박을 가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이번 보조금 중지 결정은 ‘표현의 부자유전·그 후’ 재개를 향한 움직임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나왔다. 트리엔날레 검증위는 전날 “조건이 갖춰지는 대로 속히 재개해야 한다”고 권고한 바 있다. 현재 ‘표현의 부자유전·그 후’ 실행위원회 측은 전시 재개를 요구하는 가처분 신청을 낸 상태다.
헌법학자인 기무라 쇼타(木村草太) 수도대학도쿄 교수는 NHK에 “안전을 해쳤다고 보조금을 교부하지 않는 것은 협박받은 피해자를 추가 공격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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