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욱일기가 올림픽 경기장에 대거 내걸리는 건 일본인으로서도 소름 끼치는 장면이다.”
일본 측이 내년 도쿄 올림픽·패럴림픽에서 경기장 내 욱일기(旭日旗) 반입을 금지하지 않는다고 밝힌 것을 두고 일본 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도쿄신문은 6일 “과거 일본 군기였던 욱일기는 현재 육상·해상자위대가 사용하고 있지만 아시아에선 ‘침략의 상징’으로 봐왔다”면서 “평화의 제전의 취지에 어긋나지 않는가”라고 지적했다.
앞서 도쿄올림픽·패럴림픽 조직위원회는 지난 3일 한국 측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가 욱일기의 경기장 반입을 금지하는 결의를 채택하고 외교부도 욱일기 사용 불허를 요청한 것과 관련해 “반입 금지품으로 하는 것은 상정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욱일기는 일본 국내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으며 욱일기를 게시하는 것 자체가 정치적인 선전이 되는 것은 아니다”라는 이유다.
도쿄신문에 따르면 욱일기는 메이지(明治)시대(1868∼1912년) 초기에 군기(軍旗)로 정해져 태평양 전쟁 패전 때까지 사용됐다. 일본 근대사 전문가인 야마다 아키라 메이지대 교수는 “해군의 군함기로 게양된 외에 육군의 연대기로서 (적군) 제압 후 입성 행진에서 내걸리거나 최전선에서 점령의 표시가 되거나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욱일기가 한국에는 일본군의 탄압의 상징”이라며 “일본에선 한반도 식민지 지배의 기억이 희미해지고 있기 때문에 욱일기를 둘러싼 역사 인식에도 어긋남이 생기고 있다”고 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지난 5일 정례브리핑에서 이런 조직위의 방침을 “알고 있다”고 했다. 그는 2017년 “자위대기뿐만 아니라 풍어를 알리는 깃발이나 출산·명절 축하기 등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고 했다. 조직위 측과 같은 논리를 대면서 욱일기가 제국주의 침략의 상징이라는 점을 희석시키려 한 것이다.
이에 대해 아케도 다카히로 도쿄대대학원 특임조교수(사회학)는 최근 욱일기는 혐한(嫌韓)을 내세우는 헤이트스피치(특정 집단에 대한 공개적 차별·혐오) 시위에서 “일장기보다 위험하고 강한 아이콘(상징)으로 걸려온 인상이 강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욱일기를) 아침해를 표현한 단순한 깃발로 널리 받아들인다는 것은 속임수”라며 “현실을 보면 자위대나 헤이트 데모, 우익 선전차에 등장하는 것이 좁은 의미의 욱일기”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렇게 되면 침략의 역사나 차별, 내셔널리즘을 포함시킬 수밖에 없다”며 “올림픽에 들고가면 선수나 관객에 피해 감정을 일으켜 문제가 될 우려가 있다”고 했다.
실제 지난 2017년 한국 수원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5차전에서 수원 삼성과 일본의 가와사키(川崎) 프론탈레의 경기에서 가와사키 응원단이 욱일기 응원을 펼쳐 논란이 됐다. 당시 AFC 측은 “가와사키 응원단의 행동은 상대팀에 모욕감을 주거나 정치적으로 인식되는 슬로건을 내보이는 행위를 금지하는 징계규정을 위반했다”면서 구단 측에 벌금 1만5000달러에 해당하는 징계를 내렸다.
이치노세 도시야 사이타마대 교수(일본 근대사)는 “욱일기는 강하게 마음을 움직이는 디자인이어서 전후 자위대에 계승된 반면, 다른 나라로부터 비판을 받아왔다”면서 “일본 측이 아무리 널리 사용되고 있다고 설명해도 국제적으로는 일본의 팽창주의를 나타내는 것으로 평화의 제전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했다.
아케도 조교수는 “대량의 욱일기가 올림픽 경기장에 내걸리는 사태가 되면 어떻게 될까. 세계로부터 ‘전전(戰前) 복귀’로 비난받고 일본인으로서도 소름끼치는 장면이 된다”며 “적어도 ‘반입은 바람직하지 않다’라는 메시지를 조직위가 밝혀야 하지 않나”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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