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한 대국’의 오명을 쓰고 있는 일본에서 ‘치한 방지 도장’이 시험 판매됐다. 치한의 손이나 팔에 도장을 찍어 ‘증거’를 남겨 치한 행위를 방지하자는 것이다.
27일 일본 언론에 따르면 문구용품업체인 시야치하타는 이날부터 온라인스토어를 통해 ‘민폐행위방지 스탬프’의 시험판매를 시작했다.
도장은 직경 9㎜로, 손바닥 모양이 찍힌다. 자외선에 반응하는 특수한 잉크를 사용해 평소에는 보이지 않지만, 부속품인 블랙라이트를 비추면 손바닥 모양이 보인다. 뚜껑을 열지 않고 바로 도장을 찍을 수 있어 혼잡한 전철 안에서도 쉽게 사용할 수 있다. 요미우리신문은 “치한 행위 등을 당했을 경우에 상대 손에 찍어 나중에라도 인물을 특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시야치하타가 이 도장을 개발한 것은 지난 5월이다. 당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상에서 치한을 퇴치하기 위해 안전핀으로 찌르라고 권유받았다는 글이 논란이 됐다. 시야치하타는 공식 트위터를 통해 치한 방지용 도장을 만들어달라는 제안을 받아들여 개발에 나섰다.
이번에 나온 제품의 가격은 2700엔(약 3만원). 500개 한정으로 우선 판매해 실용성이나 치한 방지 효과 등을 확인해 개량한 뒤 본격적을 판매할 계획이다.
일본에선 전철 내 치한 문제가 심각하다. 경찰백서에 따르면 최근 몇 년 새 치한 행위로 적발된 사례는 매년 3000여건에 이른다. 성접촉 등의 피해를 당하고도 신고를 하지 않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 치한 피해를 입은 여성은 훨씬 많을 것으로 보인다. 치한 의심을 받은 남성이 전철 선로를 통해 도망을 가는 사례도 계속 나오고 있다.
치한을 뜻하는 일본어 ‘지칸(痴漢)’이 영문 ‘chikan’으로 세계에 점점 알려지고 있는 실정이다. 영국과 캐나다는 일본 여행정보에서 ‘chikan’에 대한 주의를 촉구하고 있다. ‘가로시(過勞死·과로사)’가 영문 ‘karoshi’로 일본의 열악한 노동환경을 상징하는 말이 됐듯이, ‘chikan’도 불명예스러운 국제어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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