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치 트리엔날레’ 주최 측이 ‘평화의 소녀상’이 출품된 기획전을 중지한 것을 두고 파문이 확산하고 있다. 기획전 실행위원회 측이 주최 측에 전시 재개를 요구하는 가운데 트리엔날레에 참여한 해외작가들로부터 자신의 작품도 전시하지 말라는 요청이 잇따르고 있다. ‘표현의 부자유’를 주제로 한 기획전을 우익의 협박 등 외부 압력을 이유로 중지시킨 게 되레 일본에서의 ‘표현의 자유’ 문제를 부각시키고 있는 모습이다.
15일 일본 언론에 따르면 아이치현 나고야 일대에서 지난 1일 개막한 ‘아이치 트리엔날레 2019’에 참여 중인 해외작가 9개 팀이 주최 측에 작품 전시를 중지해달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이미 작품을 전시에서 빼라고 요청한 한국의 박찬경·임민욱 작가와 큐레이터인 페드로 레이에스와 함께 성명을 발표해 협박을 받아 중지된 ‘표현의 부자유전·그 후’ 전시가 재개될 때까지 자신들의 작품을 전시하지 말라고 요청했다. 기획전 중지를 “검열”이라고 비판했다.
주최 측은 9개 팀과 전시 계속을 목표로 협의 중이지만, 전시 철회를 요구한 작품에는 트리엔날레의 주요 작품으로 소개되고 있는 작품도 있어 이번 행사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도쿄신문은 전했다. 실제 스위스 출신의 우고 론디노네는 다양한 포즈를 한 피에로 조각 45개를 장식한 ‘고독의 어휘’를 출품했는데, 이 작품은 트리엔날레 공식 가이드북 표지에 실려 있다. 피아 카밀의 작품 ‘무대의 막’은 트리엔날레 개막식을 장식한 작품이다.
이미 미국의 비영리보도기관인 탐사보도센터(CIR)도 특종한 기사를 애니메이션화한 동영상 작품의 철거를 요구했다. CIR의 전시실은 ‘표현의 부자유전·그 후’ 전시실 바로 옆으로 현재 로프를 쳐서 입장할 수 없는 상태다.
이런 식으로 전시 철회를 요청한 작가들은 전체 참가 작가 90여팀 중 11팀이나 된다.
이와 함께 트리엔날레의 고문을 맡았던 작가 겸 평론가인 아즈마 히로키도 전날 고문직에서 사퇴한다고 발표하는 등 파문이 잦아들지 않고 있다.
지난 1일 아이치현 나고야 일대에서 개막한 일본 최대 규모 국제예술제인 ‘아이치 트리엔날레 2019’에선 ’평화의 소녀상’이 출품된 ‘표현의 부자유전·그 후’가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주최 측은 우익 세력들의 항의·협박이 쇄도하고 있어 안전상 우려가 된다는 이유로 사흘 만에 전시를 중단했다. 이에 대해 일본 예술 관련 단체들이 전시 재개 촉구 성명이 잇따르는 등 국내외에서 비판이 커지고 있다. ‘표현의 부자유전·그 후’ 실행위는 트리엔날레 실행위원장을 맡고 있는 오무라 히데아키(大村秀章) 아이치현 지사에게 전시 재개 협의 요청서를 보내고 16일까지 답변을 달라고 요구한 상태다.
한편 아이치현은 이번 트리엔날레와 관련해 모두 770통의 협박 이메일을 받아 경찰에 신고했다고 밝혔다. 메일에는 “사린과 가솔린을 뿌리겠다”, “현의 시설과 학교에 가솔린을 뿌려 불을 붙이겠다”, “현청에 사린과 가솔린을 뿌리겠다”, “직원을 살해하겠다” 등의 내용이 적혀있었다고 현 측은 밝혔다. 아이치현 경찰은 지난 8일 평화의 소녀상 철거를 요구하며 협박하는 내용의 팩스를 보낸 홋타 슈지(堀田修司·59)를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 혐의로 체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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