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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일본 정치

‘선거 뒤엔 알지?’...트럼프의 국빈방문 계산서에 울고 웃는 아베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일 ‘손익계산서’를 받아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을 ‘레이와(令和·새 일왕의 연호)’ 첫 국빈으로 극진하게 대접해 굳건한 미·일 동맹을 과시하는 등 적지 않은 성과를 얻었다는 평가다. 반면 여름 참의원 선거 뒤로 미룬 미·일 무역협상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은혜’를 베푼 대가를 요구할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트럼프 대통령은 3박4일 간의 방일 마지막 일정으로 28일 가나가와(神奈川)현 요코스카(橫須賀)의 해상자위대와 미 해군 기지를 찾았다. 그는 아베 총리와 함께 이즈모급 호위함 ‘가가’에 승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위대 대원과 미 해군 500명 앞에서 일본의 F-35 전투기 105대 구입 계획을 언급, “일본은 동맹국 중 최대 규모의 F-35 전투기를 가지게 된다. 가가도 F-35를 탑재할 수 있도록 개조돼 지역을 넘어 양국이 직면한 다양한 위협을 억지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미·일 정상이 나란히 자위대와 미 해군을 격려하는 것은 사상 처음”이라면서 “미·일 동맹은 나와 트럼프 대통령 아래에서 지금까지 없었던 확고한 것이 됐다”고 강조했다.
 일본 정부는 ‘가가’와 또다른 호위함 ‘이즈모’를 사실상 항공모함으로 개조, 수직이착륙이 가능한 최신예 스텔스 전투기 F-35B를 탑재할 예정이다. 아베 총리로선 방일 마지막날까지 강고한 미·일 동맹과 군비 강화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오케이’ 사인을 받은 셈이다.
 아베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국빈 방문을 미·일 동맹을 과시하고 ‘아베표 정책’에 대한 지지를 얻는 기회로 적극 활용했다. 이를 위해 ‘관광가이드냐’는 비판까지 들으면서 골프 라운딩, 스모 관전, 고급음식점 만찬 등 이례적인 접대를 펼쳤다.
 전날 미·일 정상회담에서도 미·일 동맹을 전면에 부각시켰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일동맹은 지역뿐 아니라 세계의 안정과 번영의 초석”이라고 호응했다. 아베 총리는 납치 문제 해결을 위한 북·일 정상회담 추진에 대한 전면 지원 의사를 이끌어냈고, 미국과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이란 문제에 대해서도 일본의 중개 역할을 인정받았다. 집권 자민당은 “여름 참의원 선거를 위한 절호의 호소가 됐다”고 환영하는 모습이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협상을 일본 참의원 선거 이후로 미루면서도 “8월에 훌륭한 일이 발표될 것”이라며 일방적으로 타결 시기를 거론한 데는 당혹감이 커지고 있다. 아베 총리를 배려해준 만큼 “선거 뒤는 알지?”라고 대가를 요구하는 메시지를 던졌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농업과 소고기 분야에 큰 진전”, “미국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과 아무 관계 없다” 등의 발언을 통해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아베 정권은 “기대감의 표명”(세코 히로시게 경제산업상) 등 진화에 나서고 있지만, 야당은 “양 정상 간에 밀약이 있었던 것 아니냐”고 비판하고 있다.
 게다가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에 “일본의 7월 선거 이후까지 기다릴 것”이라고 쓰면서 선거를 복수형인 ‘elections’라고 한 것을 두고 “중·참의원 동시 선거를 의미하는 것 아니냐”는 억측도 나오고 있다. 정치권에선 아베 총리가 참의원 선거에 맞춰 중의원을 해산하고 중·참의원 동시 선거를 할 것이라는 관측이 강해지고 있는데, 아베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런 의향을 말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아베 총리가 의욕을 보이고 있는 이란 문제에 대해서도 전망이 엇갈린다. 미국과 이란 간 대화의 중개역을 잘 해낸다면 외교적 성과가 된다는 기대가 있는 반면, 미국 측 입장에 기울거나 양국 사이에 끼여 꼼짝 못하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