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인지증(치매) 예방에 관한 첫 목표치를 제시했다가 ‘편견 조장’ 등의 반발에 이를 취소하기로 했다고 도쿄신문 등 일본 언론이 4일 전했다. 여름 참의원 선거를 의식한 급조된 정책이 기대에 어긋나는 결과를 가져왔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도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지난달 공표한 ‘인지증 대책 대강(大綱)’ 원안에 주요 항목으로 “70대의 인지증 발병을 10년 간 1년 늦춘다”고 명기했다. 이에 따라 2025년까지 6년 간 인지증 환자를 6% 줄이겠다는 목표치를 제시했다.
이를 두고 인지증 관련 단체는 물론 여당 내에서도 “인지증에 걸린 사람은 노력 부족이라는 새로운 편견이 생긴다” 등의 반발이 잇따랐다.
인지증 가족 모임 등 관련 단체는 지난 1일 “목표치는 편견을 조장해 자기책임론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집권 여당인 자민당 내에서도 “예방에 관한 과학적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라는 비판이 나왔다. 공동여당인 공명당에선 “인지증에 걸린 사람이 예방 노력을 게을리했다는 오해가 생긴다”는 고언이 잇따랐다.
이에 따라 일본 정부는 예방 목표치를 취소하고, 참고치로 수준을 낮추기로 했다. 아울러 ‘예방’의 정의를 ‘인지증에 걸리지 않는다’가 아니라 ‘인지증에 걸리는 것을 늦춘다’ ‘인지증에 걸려도 진행을 늦춘다’라는 의미로 새롭게 규정했다. 일본 정부는 이달 중 각의(국무회의)에서 이런 내용의 인지증 대채책 대강을 결정할 예정이다.
이번 소동을 두고 총리 관저가 주도해 대책 수립을 서두른 것이 역풍을 맞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일본 정부는 2015년 ‘인지증 시책 추진 종합전략(신 오렌지플랜)’에 기초해 인지증 환자와의 ‘공생’에 역점을 둬왔다. ‘예방’을 내세운 것은 총리 관저 주도로 대책을 강화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열린 관계각료회의 첫 회의에서였다고 도쿄신문은 전했다. 이 회의는 스가 요시히데(管義偉 ) 관방장관이 의장을 맡았다.
이때 이미 인지증 관련 단체에선 “공생 정책이 소홀해질 수 있다”, “인지증이 되면 안된다는 잘못된 메시지가 되는 것 아닌가” 등의 우려가 있었다. 하지만 정부는 이런 목소리를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예방’을 중시하는 배경에는 팽창하는 사회보장비를 억제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정부는 지난 15일 ‘인지증 대책 대강’ 원안을 제시했지만 결국 맹렬한 반발만 샀다. “여름 참의원 선거에 맞추기 위해 충분히 이야기를 듣지 않고 졸속으로 종합한 결과”라는 혹평이 나온다고 도쿄신문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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