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평화헌법’ 시행 72주년을 맞은 3일 ‘2020년 개정 헌법 시행’에 재차 의욕을 표시했다. 지난 1일 나루히토(德仁) 일왕 즉위로 새 연호 ‘레이와(令和)’ 시대가 시작된 것을 계기로 개헌 논의에 불을 지피려는 것이다. 하지만 주요 야당뿐만 아니라 공동여당인 공명당도 개헌에 거리를 두고 있고, 국민 여론도 ‘아베표 개헌’에 냉랭한 상황이어서 의도대로 될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아베 총리는 이날 ‘아름다운 일본 헌법을 만드는 국민모임’ 등 보수·우익단체가 개최한 개헌 추진 집회에 보낸 비디오 메시지에서 개정 헌법을 시행하고자 하는 목표에 대해 “지금도 그 마음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고 교도통신이 전했다. 아베 총리는 또 “헌법에 자위대를 명기해 위헌 논란에 종지부를 찍을 것”이라며 “내가 선두에 서서 책임을 제대로 다하겠다는 결의”라고 밝혔다.
아베 총리는 이날자 산케이신문에 실린 인터뷰에서도 개헌에 의욕을 표시했다. 그는 “헌법 개정에 야당 안에도 찬성하는 사람이 있다. 모든 개헌세력뿐만 아니라 한 사람이라도 많은 사람들이 찬성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아베 총리는 2년 전 같은 개헌 추진 집회에 보낸 메시지에서 ‘헌법 9조에 자위대 존재 명기’와 ‘2020년 개정 헌법 시행’의 뜻을 처음 밝힌 뒤 개헌 드라이브를 걸어왔다. 하지만 그간 모리토모(森友)·가케(加計) 학원 스캔들과 야권의 반발 등으로 개헌론은 좀체 무르익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새 일왕 즉위를 계기로 ‘새 시대’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는 것을 활용, 개헌 논의를 진척시키겠다는 의도를 드러내고 있다. 아베 총리는 지난달 24일 개헌추진 국회의원 모임 집회에 보낸 메시지에서도 “새로운 시대의 출발선에 서서 어떤 나라를 만들지, 이 나라의 미래상에 대해 정면으로 논의해야 할 때가 오고 있다”고 말했다.
마이니치신문은 “개헌은 지지기반인 보수층의 구심력을 유지하기 위해 빼놓을 수 없는 주제”라면서 “2021년 9월까지의 (총리) 임기 안에 개헌을 목표로 한다는 의욕을 재차 호소하겠다는 노림수”라고 설명했다.
이런 의욕과 달리 개헌 논의는 정체된 상태다. 국회에서의 실질적인 논의는 지난해 2월 참의원 헌법심사회가 마지막이다. 오는 9일 중의원 헌법심사회가 1년 3개월 만에 재개되지만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다. 7월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야당은 개헌론에 신중한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 선거에 대한 영향을 우려하는 공명당도 자민당과의 협의에 응하지 않는 등 관망하고 있다. 개헌안 발의 의석인 3분의 2 이상을 갖고 있는 개헌세력이 참의원 선거 이후에 의석을 유지할 지도 불투명하다.
국민 여론도 미적지근하다. 아사히신문이 지난 3~4월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전쟁 포기’(1항)와 ‘전력 불보유 및 교전권 비인정’(2항)을 규정한 현행 헌법 9조에 대해 ‘바꾸지 않는 편이 좋다’가 64%로, ‘바꾸는 편이 좋다’(28%)보다 배 이상 많았다. 헌법 9조에 자위대의 존재를 명기해야 한다는 아베 총리의 개헌안에 대해서도 ‘반대’가 48%로, ‘찬성’(42%)보다 다소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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