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국제/일본 정치

일본 정치권 '망언 경계령'...자민당은 '방지 매뉴얼'까지

 “발언은 잘려서 사용된다는 점을 의식하라”, “(기사) 제목에 사용될 ‘강한 표현’에 주의하라”.
 일본 집권 자민당이 ‘실언 방지 매뉴얼’을 최근 당내에 배포했다고 마이니치신문이 15일 전했다.
 ‘실언과 오해를 막기 위해서는’이라는 제목의 A4용지 1장짜리 매뉴얼은 역사인식과 정치신조에 관한 견해, 젠더·성소수자에 대한 견해, 사고·재해에 관해 배려가 결여된 발언, 병과 노인에 대한 발언, 가족과 얘기하는 듯한 잡담투 표현 등 5개 유형을 거론하면서 ‘강한 표현’에 주의하라고 했다. “사적인 모임에서도 누군가가 스마트폰으로 사진이나 동영상을 보낼 수 있다”고도 주의를 줬다. 매뉴얼은 “약자, 피해자에 대해 말할 때는 한층 더 배려하라”면서 “표현에 대해서도 브레이크를 걸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자민당이 매뉴얼까지 만든 것은 오는 7월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입단속을 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자민당은 최근 실언·망언으로 각료들의 해임이 잇따랐다. 지난달 쓰카다 이치로(塚田一郞) 국토교통 부대신이 아베 신조 총리와 아소 다로 부총리의 지역구 도로사업을 위해 “손타쿠(忖度·윗사람이 원하는 대로 알아서 행동함)했다”고 말했다가 경질됐고, 사쿠라다 요시타카(櫻田義孝) 올림픽 담당상은 “동일본대지진 피해 복구보다 정치인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가 사임했다.
 ‘망언 경계령’은 다른 당에도 퍼지고 있다. 오사카를 지역기반으로 하는 보수 야당인 일본유신회 마루야마 호타카(丸山穗高) 중의원 의원은 지난 11일 러시아와의 영토분쟁 중인 쿠릴 4개섬(일본명 북방영토)과 관련해 “전쟁을 하지 않으면 되돌려 받을 수 없다”고 말해 물의를 일으켰다. 일본유신회는 즉각 마루야마 의원을 제명했지만, 오사카 지사·시장 선거와 보궐선거에서 승승장구면서 한껏 기세가 올랐던 이론 유신회는 참의원 선거를 우려해야 할 처지로 몰렸다.
 국회의원의 실언·망언이나 불상사가 이어지고 있는 것을 두고 의원의 질 자체가 떨어진 때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자민당이 정권을 되찾은 2012년 중의원 선거에서 신인들이 대거 당선됐다. 이들 가운데 자신의 비서관에게 “대머리야” “죽는 게 낫다”라면서 폭언·폭행을 한 도요타 마유코(豊田眞由子) 의원을 비롯해 불륜이나 폭언 등의 문제를 일으킨 이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자민당의 ‘망언 DNA’는 소장·중진 의원을 가리지 않을 정도로 뿌리깊다. “히틀러의 동기가 옳았다”는 취지로 말했던 아베 부총리는 ‘망언 제조기’로 불린다. 스기타 미오(杉田水脈) 중의원 의원은 성적소수자에 대해 “생산성이 없다”라는 글을 잡지에 투고해 비난을 샀다.
 결국 자민당의 ‘실언 방지 매뉴얼’이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격’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표현’을 조심하자는 것이지 역사 등에 대해 제대로 된 인식을 갖자고 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한 자민당 관계자는 “한심하다”고 말했다고 마이니치신문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