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연호 ‘레이와(令和)’ 시대가 열린 1일 일본 국민의 시선은 나루히토 새 일왕의 일거수일투족에 집중됐다. ‘전후 세대’ 첫 일왕이 보여줄 행보에 대한 기대 때문이다. 나루히토 일왕은 즉위 후 첫 ‘소감(오코토바)’에서 부친 아키히토 전 일왕이 구축했던 ‘상징 일왕’상을 이어가겠다고 했지만, ‘평화 헌법’ 옹호자였던 부친의 뜻까지 계승할 지는 분명히 드러내지 않았다.
나루히토 일왕은 이날 오전 11시10분쯤 도쿄 지요다구 고쿄 내 접견실인 마쓰노마에서 열린 ‘조현의식’에서 즉위 후 ‘ 첫 육성’을 냈다. 시종장으로부터 건네받은 소감문을 담담히 읽어내려갔다.
그는 “이 몸에 지워진 책임을 생각하면 숙연한 생각이 든다”면서 “30년 이상 세계 평화와 국민 행복을 바라며 국민과 고락을 함께 했던 상왕(아키히토 전 일왕)폐하가 보여준 모습에 경의와 감사의 말씀을 올린다”고 밝혔다.
이어 “국민에 다가가면서 헌법에 의거해 국가 및 국민 통합의 상징으로 책무를 다할 것을 맹세한다”면서 “국민의 행복과 나라의 발전, 그리고 세계의 평화를 간절히 희망한다”고 했다. 헌법에 기초한 일왕의 역할에 충실하면서 부친이 걸어왔던 국민에 다가서는 상징 일왕의 모습을 보이겠다는 의지를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세계 평화’를 언급하는 데 그쳤을 뿐, ‘평화 헌법’ 수호 의지까지는 보여주지 않았다. “여러분과 함께 헌법을 지키겠다”고 했던 아키히토 전 일왕의 즉위 후 첫 소감과 비교되는 대목이다.
이날 소감은 400자가 채 되지 않았다. 지난 2월 생일을 맞아 가진 기자회견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헌법관이나 가치관 등을 담기에는 한계가 있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나루히토 일왕은 오는 4일 즉위 후 처음 일반 국민의 축하 인사를 받는 ‘일반 참하’ 행사에서도 ‘소감’을 말할 예정이다.
반면 아베 총리는 지난달 1일 새 연호 발표 때부터 강조하고 있는 ‘자긍심 있는 미래’ 론을 반복했다. 그는 국민대표 인사말에서 “ 희망으로 넘치고 자부심 있는 일본의 빛나는 미래를 만들어나가겠다”고 밝혔다.
앞서 나루히토 일왕은 이날 오전 10시쯤 현재 거주하고 있는 미나토구 아카사카고쇼(赤坂御所)에서 고쿄로 첫 ‘출근’을 했다. 아키히토 전 일왕이 고쿄의 후키아게고쇼(吹上仙洞御)를 나가기 전까지 이런 ‘출근 일왕’의 모습이 계속된다고 일본 언론은 전했다.
나루히토 일왕은 고쿄에 도착한 뒤 즉위 행사를 헌법에 의해 규정된 일왕의 ‘국사행위’로 결정한 정부 문서를 재가했다. 새 일왕으로서 첫 국사행위다.
이어 오전 10시30분쯤 마쓰노마에서 첫 즉위 행사인 ‘검새(劍璽) 등 승계의식’를 치렀다. 일왕가의 상징물인 검·거울·곡옥 등 ‘삼종신기(三種神器)’와 국새·어새 등을 물려받는 의식이다. 이 의식에는 이날부터 왕위계승 1순위 고시(皇嗣)가 된 동생 후미히토(文仁·53), 숙부 마사히토(正仁·83) 등 왕위계승 자격을 갖춘 성인 남성 왕족만 참석했다. 여성 왕족은 전례에 따라 배제됐다. 반면 ‘조현 의식’에는 마사코(雅子) 왕비(56) 등 여성 왕족들이 참가했다.
나루히토 일왕이 아카사카고쇼를 출발할 때부터 되돌아가기까지의 모습은 NHK를 비롯한 공중파 방송사들를 통해 전국에 생중계됐다. 나루히토 일왕이 탄 차량이 지나가는 게이힌칸(迎賓館), 한조몬(半藏門) 등에는 새 일왕의 모습을 보려는 사람들로 북적댔다. 나루히토 일왕이 차 안에서 손을 흔들자 “반자이(만세)”를 외치는 이들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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