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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일본 정치

30년 '상징 천황' 여정 마친 일왕, "세계인 안녕을 기원"

   86세 노(老) 일왕이 퇴위 전 마지막으로 남긴 말은 ‘행복’, ‘감사’, 그리고 ‘평화에 대한 기원’이었다.
 아키히토(明仁) 일왕이 30일 30년3개월여 ‘상징 일왕’의 여정을 마쳤다. 소외된 이들에 무릎을 꿇고 다가가고, 평화를 수없이 강조했던 ‘헤이세이(平成)’ 일왕의 모습은 역사 속에 남게 됐다.
 아키히토 일왕은 이날 오후 5시 도쿄 지요다구 고쿄(皇居) 내 접견실인 마쓰노마에서 공식 퇴위 의식을 치렀다. 그는 ‘오고토바(발언)’에서 “지금까지 덴노(일왕)로서의 역할을 국민의 깊은 신뢰와 경애를 받으며 수행할 수 있었던 것은 행복한 일이었다”며 “상징으로 나를 받아주고 지지해준 국민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밝혔다. 이어 “레이와(令和) 시대가 평화롭게 많은 결실을 보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우리나라와 세계 사람들의 안녕과 행복을 기원한다”고 했다. 재임 마지막 공식 발언에서까지 ‘평화’에 대한 강한 염원을 드러낸 것이다.
 반면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국민을 대표한 인사말에서 “국민과 고락을 함께 한 마음을 생각하며 깊은 경애와 감사의 마음을 다시 새롭게 하고 있다”며 “지금까지 폐하가 걸어온 길을 가슴에 새기면서 평화롭고 희망에 넘치고, 자긍심있는 일본의 빛나는 미래를 만들어가기 위해 더욱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했다. ‘자긍심 있는 미래’는 아베 총리가 개헌을 강조할 때 자주 쓰는 표현이다.
 1989년 1월7일 선친인 히로히토(裕仁·1926~1989년 재위) 일왕의 서거에 따라 즉위한 아키히토 일왕은 이로써 30년3개월 만에 퇴위하게 됐다. 일왕의 생전 퇴위는 1817년 고카쿠(光格) 이후 202년 만이자, 헌정 사상 처음이다.
 재위 기간 아키히토 일왕은 ‘국가의 상징이자 국민통합의 상징’인 일왕상을 국민 속에 각인시켰다.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지난 30년 재해 피해지를 찾은 게 37차례에 이른다. 미치코(美智子) 왕비와 함께 전국 47개 도도부현(都道府縣·광역자치단체)을 2차례 순회했고, 시구정촌((市區町村·기초자치단체) 562곳을 방문했다.
 아키히토 일왕은 헌정 사상 첫 ‘상왕(上皇·조코)’으로 물러나, 나루히토 왕세자 부부가 거주했던 미나토구 도구고쇼(東宮御所)로 거처를 옮기게 된다. 상왕의 활동에 대해선 정해진 규정은 없다. 신구 일왕의 공존으로 인한 ‘이중성’을 배려할 것으로 보이지만, 헌정 사상 처음 겪는 상왕의 활동에 대한 국민 반응은 예상하기 어렵다고 요미우리신문은 지적했다.
 이날 일본 전역은 ‘헤이세이’를 보내고 ‘레이와’를 맞이하는 행사들로 들썩였다. NHK에 따르면 고쿄 앞 광장에는 이른 아침부터 기념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도쿄 중앙우체국에는 헤이세이 31년 마지막 날의 ‘31·4·30’ 소인을 받으려는 이들이 줄을 섰다. 젊은이들이 모이는 도쿄 시부야 교차로와 이케부루로에선 연호가 바뀌는 자정에 맞춘 카운트다운 행사가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