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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아베 천하' 일본...늘어나는 정치인의 막말들

 일본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의 장관이나 집권 자민당 간부의 막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아베 1강’ 체제가  장기화하면서 집권 세력의 독선과 그릇된 인식이 그대로 드러나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아베 1강’ 체제가 사회 전반을 통제하는 ‘판 옵티콘’과 닮았다는 비판까지 제기되고 있다. 

■아베 정권 인사들의 ‘막말 퍼레이드’

 19일 아사히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후루야 게지(古屋圭司) 자민당 선대위원장은 지난 1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오키나와현 우루마시 시장 선거에 출마한 야당 후보의 공약에 대해 “시민에 대한 사기행위와 똑같은 오키나와 특유의 전술”이라고 밝혔다. 그는 18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비방 중상하는 것이 아니다. 객관적 사실을 말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민진당 등 야당에선 “독선적인 정권의 생각을 드러낸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오키나와에서도 “오키나와 현민을 우롱하는 발언”이라는 반발이 나오고 있다. 

 아베 정권 주요 인사들의 막말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야마모토 고조(山本幸三) 지방창생담당상은 지난 16일 시가현 오쓰시에서 열린 지방 활성화 세미나에서 “가장 큰 암은 학예사”라며 “이 패거리들을 쓸어버리지 않으면 소용없다”고 말했다.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문화재를 소개하는 학예사의 활동이 부진하다면서 막말을 한 것이다.  

 지난 4일에는 이마무라 마사히로(今村雅弘) 부흥상이 후쿠시마 원전 사고 때 스스로 고향을 떠난 피난민의 귀향 여부에 대해 “그것은 본인 책임”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가 책임은 없냐는 질문에 “재판이든 뭐든 하면 될 거 아니냐”고 했다. 이마무라는 기자가 끈질기게 국가 책임을 묻자 “당신, 나가라” “다시 오지 마라” “시끄럽다”면서 핏대를 올렸다. 

 아베의 최측근인 이나다 도모미(稻田朋美) 방위상은 지난달 13일 오사카시 모리토모(森友) 학원의 국유지 헐값 매입 의혹과 관련해, 자신이 모리토모 학원의 법정 대리인을 맡았다는 사실을 부인했다가 다음날 “기억이 잘못됐다”며 말을 뒤집었다. 

 지난달 8일에는 차관급인 무타이 슌스케(務台俊介) 내각부 정무관이 자신 덕분에 “장화업계가 상당한 이득을 봤을 것”이라고 말했다가 논란 끝에 사임했다. 그는 지난해 9월 태풍 피해지역을 시찰할 때 장화를 준비하지 않아 수행원의 등에 업혀 물웅덩이를 건너 비난을 받은 바 있다. 

■아베 ‘1강 체제’ 공고화...“판 옵티콘의 감옥과 닮아” 

 아베 정권의 ‘막말 퍼레이드’는 ‘아베 1강’에 취해 긴장이 풀렸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마이니치신문은 “아베 1강으로 불리는 상황이 장기화하고 변화할 조짐이 보이지 않는 사실이 정권의 해이라는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 모리토모 학원의 국유지 헐값 매입 의혹에 잠시 흔들리는 듯했던 아베 내각의 지지율은 현재 50%를 웃돌고 있다. 반면 제1 야당인 민진당 지지율은 7% 정도다. 

 ‘아베 1강’ 체제는 정치·경제 등 곳곳에서 위력을 드러내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아베가 모리토모 학원에 대한 질의를 준비 중이던 자민당 의원에게 직접 전화해 질문을 막은 사실을 거론하면서 “의원들이 스스로를 속박한다”고 지적했다. 아베 정권을 비판하는 정치가들에 대해선 즉각적인 반격이 돌아온다. 민진당의 후쿠시마 노부오(福島伸享) 의원의 지역 사무실에는 ‘몸 조심하라’는 의미로 보이는 생명보험 가입 서류가 보내지기도 했다. 아사히는 “권력에 의해 종속돼 알아서 기는 ‘1강’의 정치 상황은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판 옵티콘’의 감옥에 갇힌 죄수의 모습과 닮았다 ”고 지적했다.

■금융정책도 아베 뜻대로? 

 일본 정부는 18일 금융정책의 최고결정기관인 일본은행 정책위원회 위원 2명에 대한 인사안을 중·참 양원에 제출했다. 이 인사안이 통과하면 정책위는 아베 정권하에서 임명된 인물들로 모두 채워진다. 

 이번에 교체되는 위원 2명은 아베 정권의 금융완화 정책에 신중한 자세를 보였던 이들이다. 반면 신임 위원들은 금융완화를 강화해야 한다는 쪽으로 분류된다. 이 때문에 정책위의 견제 기능이 약화돼 ‘거수기’로 그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호세이(法政)대의 마카베 아키오(眞壁昭夫) 교수(응용경제)는 도쿄신문에 “여전히 정부의 생각에 찬동하는 사람들밖에 선택하지 않는다”면서 “정책 상황을 체크해나가면서 때로는 방향전환을 촉구하는 위원 본래의 역할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