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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아베 총리 부인 아키에는 '가정 내 야당'에서 '우파'로 변신한 것일까

 ‘아키에 스캔들’의 여진이 가시지 않고 있다.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부인인 아키에(昭惠) 여사가  국유지 헐값 매입 의혹에 연루된 데 이어 선거지원에 공무원을 동행한 사실이 드러나면서다.  ‘가정 내 야당’으로 불리면서 인기를 모았던 아키에가  각종 논란의 중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이다. 

■또 스캔들?

 6일 아사히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아키에 여사는 지난해 6월과 7월, 9월 세 차례에 걸쳐 공무원들의 수행을 받으며 참의원 선거 지원에 나선 것으로 드러났다. 야당은  “아베 총리가 총재를 맡는 자민당 후보 지원을 위한 방문길에 공무원을 동행한 것은 공무원의 정치적 행위를 금지한 국가공무원법 위반”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아키에는 오사카(大阪) 학교법인 모리토모(森友) 학원의 국유지 헐값 매입에 연루된 의혹을 받아왔다. 모리토모 학원의 가고이케 야스노리(籠池泰典) 이사장에게 ‘아베 총리가 보내는 기부금’이라며 100만엔(약 1천만원)을 전달한 의혹을 받고 있으나 아베 총리 부부는 이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모리토모 학원은  학생들에게 옛 일본 군가를 가르치고 군국주의 상징인 교육칙어를 암송하게 하는 등 우익 성향 교육행태로 비판받아왔다. 가고이케 이사장은 우익단체 ‘일본회의’의 임원이다. 아키에 여사는 이 학교의 명예교장으로, 학생들이 교육칙어를 암송하는 모습을 보고 감동해 “다음엔 꼭 남편과 함께 오겠다”는 인사말을 하는 영상이 공개되기도 했다.  

■‘가정 내 야당’으로 불렸던 아키에 

 모리모토 학원 의혹에서 드러난 아키에의 모습은 그녀의 기존 이미지와 어긋난다. 

 아키에는 일본 최대 제과회사인 모리나가(森永)의 공동창업주의 외손녀다. 그야말로 금수저 출신이다. 

 자유분방하고 활달한 성격으로, 남편에게 쓴 소리를 하는 ‘가정 내 야당’으로 불리면서 큰 인기를 누렸다. 탈(脫)원전에 공감을 표시하고, 거대한 방조제 건설에 의문을 제기하고, 유기농업에도 관심을 표시하는 등 ‘좌파’적 색채를 보이기도 했다.  2012년에는 남편과 시어머니의 반대에도 도쿄 시내에 선술집 ‘UZU’를 차렸다. 한류스타인 고(故) 박용하의 팬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우파’로의 변신인가  

 과연 아키에는 ‘가정 내 야당’에서 ‘우파’로 변신한 것일까 . 

 아사히신문은 6일 “그동안 ‘가정 내 야당’으로 불리워온 아키에의 사상이 새로운 각도에서 조명되고 있다”면서 아키에의 사상에는 ‘스피리츄얼(spiritual,정신적)로의 경사’와 ‘국수주의적 경향’이 공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아사히는 아베·아키에의 공유점 중 하나로 ‘일본의 전통’을 칭찬하면서 그것이 패전을 계기로 미국에 의해 빼앗겼다고 생각하는 경향이라고 지적했다. 아키에는 ‘문예춘추’ 3월호에서 논픽션작가 이시이 다에코(石井妙子)와의 인터뷰에서 “남편과는 의견이 다른 것처럼 보이지만 지향하는 바는 같다. 일본을 되찾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시이는 “물은 인간의 마음을 받은 것”이라고 주장하는 에모토 마사루(江本勝)의 ‘물의 파동’ 이론과 일본의 전통신앙인 신도(神道)에 아키에가 공명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아키에는 사회학자 니시다 료스케 도쿄공업대 준교수의 뉴스 사이트의 인터뷰에서 “일본의 정신성이 세계를 리드해 나가지 않으면 지구가 끝난다고 정말로 믿고 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니시다는 “전쟁 전의  강했던 일본이 좋다는 심정과 스피리츄얼, 에콜로지(생태학)가 혼연일체가 되어 있는 느낌이었다”고 전했다. 

 스피리츄얼과 에콜로지가 어떻게 국수주의 사상과 연결됐을까. 나카지마 다케시 도쿄공업대 교수는 “자연을 신성시하는 자세와 국수적인 일본주의는 의외로 가깝다”고 지적했다. 그는 “원래 좌익은 이성에 의해 사회를 진보시키는 입장이었지만, 1960년대 후반 감성을 중시하고 자연에 회귀하려는 히피문화가 대두한다”면서 “자연 회귀는 일본의 토착을 중시하는 자세와 종이 한 장 차이로, 여기에 좌익이 국수적인 일본주의와 접속하는 소지가 생겼다”고 말했다. 

 나카지마 교수는 아키에가 ‘가정 내 야당’에서 우파로 변했다고 보는 견해에 대해 “그런 자유주의적인 이미지는 원래 미디어가 만든 일면적인 것”이라면서 “총리 부인이다보니 다양한 사람이 접근하고, 본인이 거기에 각각 공감해왔을 뿐”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한 보수 언론인은 “아키에는 제대로 사회 생활을 해본 적 없는 그야말로 공주”라고 깎아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