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개헌 애드벌룬’을 띄웠다. 헌법 시행 70주년을 맞은 지난 3일 ‘2020년 개헌’, ‘헌법 9조에 자위대 명시’ 구상을 밝히면서다.
4일 일본 언론에 따르면 개헌 시나리오는 크게 세 가지다. 가장 빠른 일정은 내년 여름 개헌안을 발의하는 것이다. 12월 임기가 만료되는 중의원을 해산해 국민투표와 중의원 선거를 동시에 한다. 현재 개헌 세력이 양원 3분의 2를 넘는다는 점을 바탕으로 개헌을 강행하는 방식이다. 개헌안은 중·참의원 본회의 표결에서 재적의원 3분의 2가 찬성하고 국민투표에서 과반이 찬성하면 통과된다. 국민투표는 발의 후 60~180일에 실시해야 한다.
두번째 시나리오는 2019년 상반기 개헌안을 발의해 그 해 여름 참의원 선거와 동시에 국민투표를 하는 방안이다. 2018년 중의원 선거에서 또다시 3분의 2 의석을 확보해야 하지만, 개헌 논의를 위한 시간을 벌 수 있다. 마지막은 중·참 양원 선거에서 승리한 후 도쿄올림픽이 열리는 2020년 국민투표를 하는 것이다. 개헌을 선거와 연계시키지 않고 단독으로 국민의 판단을 받는 것이다. 세 시나리오 모두 2018년 9월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아베가 3선을 달성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아베 주변에선 “2021년까지 연임하는 것을 노리고 반드시 개헌을 이뤄낸다는 게 총리의 생각”이라고 말한다고 아사히신문은 전했다.
하지만 아베의 생각대로 될지는 미지수다. 2019년에는 지방선거와 참의원 선거, 게다가 소비세율 인상이 예정돼 있다. 2020년 도쿄올림픽까지 ‘정권의 체력’을 요하는 과제가 줄지어 있는 것이다. 게다가 공직선거법의 엄격한 규제를 받는 선거운동에 비해 국민투표운동은 자유롭다. 이 때문에 “유권자를 혼란스럽게 하는 동시 실시는 피해야 한다는 인식을 여야가 모두 공유하고 있다”고 마이니치신문은 전했다.
민진당 등 야당이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는 점도 변수다. 자민당 내에선 “여야 대립이 극심한 채 개헌안이 통과되면 국민투표에서 부결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연립여당인 공명당의 동향도 주목된다. 헌법 9조를 그대로 둔 채 자위대 규정을 더하겠다는 아베의 구상은 ‘가헌(加憲·헌법에 조항을 더함)을 주장해온 공명당의 입장을 고려한 면이 있다. 공명당은 지난해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용인하는 안보법제 정비에 자민당과 보조를 맞추는 과정에서 지지자들을 설득하느라 애를 먹었다. 이 때문에 9조 문제는 당분간 건드리지 않는다는 게 본심이라고 마이니치는 전했다.
자민당 내에서도 찬성일색인 것은 아니다. 민진당과의 협조노선이 지름길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은 총리의 개헌몰이에 곤혹스러워하는 모습이다. 헌법 9조 문제에 대한 이견도 나온다. 차기 주자로 꼽히는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간사장은 3일 방송에 나와 “(9조에 자위대 규정을 두는 것은) 지금까지 자민당의 논의에는 없었던 내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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