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연호 발표에 따른 지지율 상승 효과를 만끽하던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장·차관들이 잇따른 망언 파문으로 사임으로 내몰리면서다. 여당인 자민당 내에선 각료들의 잇따른 불상사로 참의원 선거에서 참패한 2007년을 연상시킨다는 우려도 나온다. 오는 21일 통일지방선거와 중의원 보궐선거, 여름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잇따른 망언은 정권에 타격이 될 수밖에 없다.
아베 총리는 11일 오전 총리 관저에서 기자들과 만나 전날 경질된 사쿠라다 요시타카(櫻田義孝) 올림픽 담당상 후임으로 스즈키 슌이치(鈴木俊一) 전 부흥상을 재기용키로 했다고 밝혔다. 아베 총리는 “각료 전원이 한층 더 몸을 다잡고, 다양한 비판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으면 안된다”라고 밝혔다. 파문의 조기 진화를 꾀하겠다는 것이다.
사쿠라다 담당상은 전날 저녁 도쿄 도내에서 열린 다카하시 히나코(高橋比奈) 자민당 중의원 후원회에서 “내년 도쿄올림픽 때 (동일본대지진 피해지) 이와테현도 부흥에 협력해주면 감사하겠다”면서 “부흥 이상으로 중요한 것이 다카하시 의원이니까 잘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파문이 커지자 사쿠라다 담당상은 아베 총리에게 사표를 제출했다. 사표를 즉각 수리한 아베 총리는 “임명 책임은 총리인 저에게 있다. 국민들에게 사죄드린다”고 밝혔다.
사쿠라다 담당상의 문제 발언 이후 경질까지 걸린 시간은 약 2시간이다. 마이니치신문은 “아베 정권의 위기감을 말해주는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해 10월 입각한 사쿠라다 담당상은 잦은 실언으로 자질 부족 논란에 휩싸여온 인물이다. 그는 지난 2월 수영선수 이케에 리카코(池江 璃花子)가 백혈병 진단을 받은 것과 관련해 “기대가 컸던 선수인데 실망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아베 총리가 감싸온 것은 그가 아베 총리를 떠받치는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 간사장 파벌 소속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발언만큼은 간과할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아베 정권은 동일본대지진 부흥을 최우선 과제로 내걸어왔다. 게다가 쓰카다 이치로(塚田一郞) 국토교통 부대신이 지난 5일 아베 총리와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 겸 재무상의 지역구 도로사업에 대해 “손타쿠(忖度·윗사람이 원하는 대로 알아서 행동함)했다”고 발언했다가 물러난 지 며칠 되지 않았다.
집권 자민당 내에선 우려가 나오고 있다. 가뜩이나 통일지방선거와 참의원 선거가 12년에 한 번 겹치는 돼지해에는 여당이 참패한다는 ‘돼지해 징크스’가 신경쓰이는 상황이다. 1차 아베 정권 때인 2007년에는 각료들의 잇단 망언과 정치자금 문제 등으로 참의원 선거에서 참패하고 아베 총리의 자진 퇴진으로 이어졌다.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의 쓰미모토 기요미 국회대책위원장은 “(경질이) 너무 늦었다. 계속 자리에 앉힌 책임은 총리에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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