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사상 처음으로 중국이 아닌 일본 고전에서 따왔다는 새 연호의 출전이 중국 고전의 영향을 받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2일 일본 언론에 따르면 내달 1일 나루히토(德仁) 새 일왕 즉위와 함께 적용할 ‘레이와(令和)’는 일본 고대 시가집인 <만요슈(万葉集)>의 ‘매화의 노래’ 서문 중 ‘초춘영월기숙풍화(初 春令月 氣淑風和·새봄의 좋은 달 공기는 아름답고 바람은 부드럽네)’에서 인용했다. 645년 중국에서 도입한 연호를 중국이 아닌 일본 문헌에서 선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최초의 일본풍(和風) 연호”로 부르고 있다.
하지만 학계에선 해당 구절이 중국의 시문집 <문선(文選)>에 있는 ‘중춘영월시화기청(仲春令月時和氣淸)’의 영향을 받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영월(令月)’이라는 표현과 날씨를 설명하는 ‘화(和)’가 일치한다는 것이다. ‘중춘~’은 2세기 후한(後漢) 시대에 활약한 장형( 張衡)의 시문 ‘귀전부(歸田賦)’에 나온다.
<만요슈>는 8세기 말쯤의 것으로 알려졌는데, 중국의 시문을 모아놓은 <문선>은 이보다 앞서 6세기에 편찬된 것으로 전해진다. 7~8세기 일본에서 중국으로 파견됐던 견수사(遣隋使)나 견당사(遣唐使)가 <문선>을 일본에 들여온 것으로 보이는데, 문장을 쓸 때 최고의 규범이었다고 마이니치신문은 전했다. 와타나베 요시히로(渡邊義浩) 와세다대 교수는 “문선은 일본인이 많이 읽은 중국 고전이며 이를 바탕으로 만요슈의 문장이 이뤄져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보통”이라고 말했다. 아사히신문도 <만요슈> 서문이 4세기 동진(東晉)시대의 서예가 왕희지(王羲之)의 <난정서(蘭亭序)>를 바탕으로 해 일부 구절과 겹친다고 전했다.
일본 언론들은 사상 첫 일본풍 연호가 아베 신조(安部晋三) 총리의 의도가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베 총리는 이전부터 새 연호 출전에 “일본 고전도 포함해 검토해야 한다”고 주변에 말해왔다. 요미우리신문은 일본 문헌에서 유래하고, 아베 총리가 좋아하는 ‘화(和)’를 포함하는 ‘레이와’는 아베 총리의 의중에 있었다고 전했다. 아베 총리는 1일 NHK 인터뷰에서 “레이와를 3월에 처음 보고, 무척 신선하고 밝은 시대로 연결되는 듯한 인상을 받았다”고 밝혔다.
연호에 쓰인 ‘레이(令)’가 ‘명령하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는 것도 뒷말을 낳고 있다. 18세기말 ‘레이도쿠(令德)’라는 연호 안이 나왔을 때 “(쇼군 집안인) 도쿠가와(德川)에 명령한다”라는 의미로도 읽을 수 있기 때문에 철회한 적이 있다. 미즈카미 마사하루(水上雅晴) 주오대 교수는 “레이와가 ‘일본(和)에게 명령한다’로도 해석될 수 있지만, 이번에 어떤 논의가 있었는지 마음이 걸린다”고 말했다. 야당인 사민당도 “레이(令)는 명령의 뜻이기도 해 아베 정권이 지향하는 국민에 대한 규율과 통제의 강화가 드러난다는 느낌을 부정할 수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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