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14일 후쿠시마(福島)현을 찾았다. 2011년 동일본대지진과 후쿠시마 제1원전 폭발사고 피해 지역의 부흥 상황을 둘러보기 위해서다. 피해 지역에 다가가는 자세를 보임으로써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고 일본 언론은 풀이했다. 아베 총리는 지난 10일 “동일본대지진 부흥보다 중요한 게 자민당 의원”이라는 한 사쿠라다 요시타카(櫻田義孝) 올림픽 담당상을 사실상 경질했다.
아베 정권이 최근 잇따른 ‘실점’으로 흔들리고 있다. 1주일새 2명의 장·차관급 인사가 낙마한 데다, 한국의 일본산 수산물 수입과 관련한 세계무역기구(WTO) 분쟁에서 역전패하면서 국내 여론이 싸늘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아베 총리와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 겸 재무상의 지역구 도로사업에 대해 “손타쿠(忖度·윗사람이 원하는 대로 알아서 행동함)했다”고 한 쓰카다 이치로(塚田一郞) 국토교통 부대신이 지난 4일 사실상 경질됐다. 2017년 모리토모(森友)·가케(加計)학원 특혜 의혹 당시의 ‘손타쿠’가 재등장하면서 선거에 대한 악영향을 우려한 것이다.
아베 정권과 집권 자민당은 새 연호 발표 효과 등에 힘입어 지난 7일 통일지방선거 전반전을 그럭저럭 선방했지만, 이번엔 사쿠라다 담당상의 문제 발언이 터졌다.
재난 피해와 부흥은 일본 국내 여론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문제다. 동일본대지진 부흥을 최우선 과제로 내걸어온 아베 정권의 진정성을 의심받을 수 있는 상황이 생긴 것이다. 아베 총리는 해당 발언이 있은 지 2시간 만에 사쿠라다 담당상을 사실상 경질하고, “임명 책임은 총리인 저에게 있다”고 사과했다. 파문 확산을 막기 위한 것이다.
이런 가운데 WTO 상소기구가 지난 12일 한국의 후쿠시마(福島) 주변산 수산물 수입금지 조치와 관련해 한국 측 손을 들어준 것도 아베 정권에 타격이다. 아베 정권의 ‘잘못된 계산’으로 동일본대지진 피해 지역의 부흥을 가로막는 역효과를 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12일 열린 자민당 수산관련 모임에선 “일본 외교능력이 없다는 것이 부끄럽다” “풍평피해(風評被害·소문으로 인한 피해)의 소재가 될 것” 등 정부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도쿄신문은 재난 피해 지역을 상처주는 실언으로 사쿠라다 담당상이 경질된 ‘데미지(상처)’가 아물지도 않은 가운데 WTO에서 패소했다면서 “통일지방선거와 중의원 보궐선거에도 타격”이라는 자민당 한 의원의 말을 전했다.
불안한 징후도 나타나고 있다. 오는 21일 통일지방선거와 동시에 치러지는 오사카와 오키나와의 중의원 보궐선거 2곳의 판세가 여당 자민당이 고전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교도통신이 12~13일 실시한 전화 여론조사에 따르면 오사카 12구에선 일본유신회 후보가, 오키나와 3구에선 범야권 후보가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보궐선거는 올 여름 참의원 선거의 전초전으로 불린다. 보궐 선거가 자민당 참패로 끝나면 참의원 선거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아베 총리는 오는 6월 오사카(大阪)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과의 개별 정상회담을 보류하는 쪽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교도통신 등이 이날 보도했다. 최근 잇따른 ‘실점’으로 인한 비판 여론을 한국 쪽에 돌리기 위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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