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지난 9일 새 지폐 도안을 발표한 것을 두고 ‘뒷말’이 나오고 있다. 2024년 유통시킬 지폐를 5년 전 발표한 데다, 새 연호 발표로 인한 축제 분위기에 올라타는 모습이 보이기 때문이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이 정권 부양을 위해선 뭐든 이용하려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10일 일본 언론에 따르면 새 지폐 도안을 시행 5년 전에 발표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앞서 새 지폐 도안은 2002년 발표해 2년 뒤인 2004년 도입됐다. 그 전에는 발표 후 도입까지 3년4개월이 걸렸다.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는 전날 기자회견에서 “인쇄 개시까지 2년 6개월, 자동판매기 등 기계를 바꾸는 준비에 2년6개월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 발언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는 없다”라고 전했다. “새 지폐의 공표 시기는 정치 결단”이라는 것이다.
지난 1일 새 연호 ‘레이와(令和)’를 발표한 지 일주일여 만에 새 지폐를 발표한 것을 두고도 새 연호와의 상승 작용을 노려 정권을 부양하려는 목적이 있다고 일본 언론들은 분석하고 있다. 새 지폐를 4월초 발표하면 4월1일 새 연호 공표와 5월1일 새 일왕 즉위와 같은 시기가 되면서 축하 분위기 조성에 도움이 될 거라고 봤다는 것이다. 이런 구상은 여름 참의원선거와 10월 소비세 증세를 앞두고 있는 아베 총리의 의도와도 맞아떨어진다. 국민의 기분을 바꾸는 심리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베 총리는 새 지폐에 관한 조정을 끝낸 뒤 주위에 “앞으로 더 이상 지지율이 떨어질 요소는 없다”라고 했다고 니혼게이자이는 전했다. 이미 새 연호 발표로 아베 내각 지지율은 상승 경향을 보이고 있다. 마이니치신문은 2021년 임기가 끝나는 아베 총리의 ‘유산’으로 남기겠다는 의도도 보인다고 전했다.
아베 총리의 ‘맹우’인 아소 부총리에 대한 정치적 배려도 엿보인다. 아소 부총리는 최근 자신이 후원한 후보가 후쿠오카현 지사선거에서 참패하는 등 정권 내에서 구심력이 떨어지고 있다. 새 지폐 발표가 국면 전환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본 정부가 새 지폐 도입으로 기대하고 있는 경기 부양 효과에 대해서도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다이이치(第一)생명경제연구소는 인쇄나 현금자동입출금기(ATM) 개조 등에 의한 부가가치 유발액이 1조3000억엔(약 13조3000억원)이 될 것으로 추산했다. 하지만 기계의 네트워크화로 시스템 변경은 원격 조작으로 끝날 가능성이 있어 실제 경제에 어디까지 파급효과가 있을까는 불투명하다고 니혼게이자이는 지적했다. 게다가 일본 정부는 2025년까지 현금을 이용하지 않는 이른바 ‘캐시리스 거래’ 비율을 현재의 두 배인 40%까지 끌어올리기로 했다. ‘캐시리스 거래’가 진행되면 새 지폐에 의한 경제 효과는 작아지게 된다.
도쿄신문은 “정부가 캐시리스화로 현금 유통의 사회적 비용을 억제하려고 하는 대의명분이 흔들릴 수 있다”면서 “정책의 방향성이 뒤죽박죽”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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