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남서쪽 섬 지역에 병력과 무기를 배치하는 ‘남서 시프트’를 강화하고 있다. 중국의 해양 진출 억제를 명분으로 난세이(南西)제도(일본 규슈 남쪽에서 타이완 동쪽까지 뻗어있는 열도)의 섬들을 사실상 군사 거점으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군사 대국화로 향하는 일본의 이런 움직임이 오히려 지역 내 군사적 긴장을 높일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27일 일본 언론에 따르면 육상 자위대는 전날 가고시마(鹿兒島)현 아마미오시마(奄美大島)와 오키나와(沖繩)현 미야코지마(宮古島)에 주둔지를 개설했다.
아마미오시마에는 북부와 남부에 각각 경비 부대와 대함·대공미사일부대 약 550명이 배치됐다. 미야코지마에선 중부에 경비 부대 380명이 배치됐다. 동부에도 탄약고와 사격장이 정비될 예정이다. 2020년 이후 대공미사일 부대가 배치되면 총 병력 규모는 700~800명이 될 것으로 보인다. 난세이제도에 자위대가 배치되는 것은 2016년 요나구니지마(與那國島) 이후 두 번째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 들어 방위성은 난세이제도의 섬들에 자위대 기지와 미사일을 배치하는 ‘남서 시프트’를 진행해왔다. 2016년 정보 수집을 주임무로 하는 약 160명의 연안감시부대가 배치된 요나구니지마에는 향후 사거리 약 200㎞인 지대함 미사일 부대가 배치된다. 이시가키지마(石垣島)에도 이번 달부터 주둔지 개설을 위한 조성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이번에 아마미오시마와 미야코지마에 새로 신설된 부대는 유사시 초동 대응이나 ‘일본판 해병대’인 수륙기동단 등 일본 본토로부터의 지원부대 수용 등을 담당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육상 자위대는 지난해 3월 나가사키(長崎)현 사세보(佐世保)시에 수륙기동단을 창설했다. 수륙기동단은 도서 방위가 목적으로 적군에 의해 빼앗긴 섬에 상륙해 탈환하는 것이 임무다.
일본 정부가 난세이제도에 육상 자위대 배치를 진행하는 것은 동중국해 등에서 해양 진출을 강화하고 있는 중국의 군사 위협에 대응한다는 명분이다. 중국과 일본의 영유권 분쟁이 있는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열도 주변에서 양국의 긴장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중국 함정이 오키나와 본섬과 미야코지마 사이에 있는 미야코해협을 통과해 태평양에 진출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 때문에 난세이제도의 섬들에 자위대 기지를 신설하고 장비를 강화, 중국 해군의 동중국해 진출을 막기 위한 체제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와야 다케시(岩屋毅) 방위성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일본 방위의 최전선은 남서지역이지만 1200㎞ 폭이 있다”면서 “부대 배치로 공백지대가 메워질 뿐 아니라 재해 등의 경우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지 주민들 사이에선섬의 ‘군사 기지화’가 진행되는 데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미군기지가 집중돼 있는 오키나와에선 “(미군과 자위대의) 더블 강화 행동으로, 군사화가 한층 진행되고 있다”(다마키 데니 오키나와 지사)라는 우려가 뿌리깊다고 마이니치신문은 전했다. 미야코지마에서도 지난 21일 기지를 반대하는 집회가 열렸다. 이시가키지마에서도 시민단체가 자위대 배치 계획의 찬반을 묻는 주민투표 조례 제정을 청구하는 등 반대 운동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무장 강화 움직임을 두고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의 무력행사를 위해 자위대 조직과 장비를 개편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수륙기동단은 방위보다 공격형 전력이다. 방위성은 현재 도서 방위를 명분으로 초음속· 장거리미사일인 ‘고속활강탄’의 개발도 추진하고 있다. 냉전시대 소련이나 북한의 위협을 이유로 북부 홋카이도(北海道)에 자위대를 중점 배치한 것처럼 이번에는 ‘중국 위협론’을 내세워 ‘남서 시프트’를 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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