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바라키(茨城)현 호코타시에 위치한 무라타농원은 한 차원 다른 맛의 딸기로 정평이 난 곳이다. 124년 전통의 과일전문점인 긴자 센비키야(千疋屋)를 비롯해 도쿄의 고급 호텔이나 제과점 등에 딸기를 공급하고 있다. 12~15 송이가 들어간 팩 하나에 7000엔(약 7만1000원) 하는 것도 있다.
 무라타농원의 고품질 딸기를 떠받치고 있는 것은 무라타 가즈토시(村田和壽) 대표 부부와 일본인 직원 9명, 그리고 인도네시아 발리로부터 온 기능실습생 7명이다. 2010년부터 발리 출신 실습생을 받아왔다. 농원에 있는 카페 이름도 인도네시아어 ‘하티(마음)’를 땄다.
 무라타농원을 찾은 지난 26일 오전 10시. 식당에선 무라타 대표와 직원들이 모여 커피와 과일을 먹으면서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농원에선 매일 아침 6시, 오전 10시, 오후 1시에 미팅을 갖고 그날의 일정이나 작업 내용 등을 공유한다. 일부 작업을 이미 끝냈다는 카마루(24)의 말에 무라타 대표는 “할 수 있어? 대단해”라고 놀렸다. 식당에 웃음꽃이 피었다. 2대째 농원을 경영하고 있는 무라타 대표는 “지금 일본 농업에서 외국인은 없어선 안되는 존재”라면서 “특히 딸기나 야채는 일손이 모자라서 그들이 없으면 꾸려갈 수가 없다”고 말했다.
 무라타농원의 딸기 비닐하우스는 총 36동. 직원 각자가 전담하는 비닐하우스가 있다. 딸기를 담는 용기도 각자 색깔이 다르다. 책임감을 갖고 품질을 꼼꼼하게 챙기기 위해서다. 무라타 대표는 “나는 일본인 대표이고 실습생은 외국인 대표. 모두가 대표라는 생각으로 함께 일하면서 사고나 일의 질이 바뀌었다”고 전했다.

 도쿄에서 차로 1시간 남짓 걸리는 이바라키현은 ‘수도권의 부엌’으로 불린다. 토지에서 경지가 차지하는 비율이 전국 1위. 메론, 피망, 배추 등의 출하량은 전국 1위다. 농업 산출액은 전국 3위다.
 하지만 급속한 저출산고령화와 인구 감소의 물결을 피하지는 못했다. 2004년부터 15년 연속 인구가 줄면서 농업 후계자 부족, 경작 포기자 증가 등의 문제가 생겨나고 있다. 농림수산성 등에 따르면 2005년 10만7156명이던 농업종사자는 2015년 7만67808명으로 떨어졌다. 반면 농가의 고령화가 진행돼 농업종사자 3명 중 2명이 65세 이상 고령자다.
 이런 문제를 보충하고 있는 존재가 외국인 노동자다. 이바라키현은 농업 분야에서 외국인 기능실습생을 가장 많이 받아들이고 있는 광역자치단체다. 농업에 종사하는 외국인은 2005년 1999명에서 2015년 3736명으로 늘었다. 일본 정부는 다음날 1일부터 ‘출입국관리 및 난민인정법’을 통해 농업·어업·건설 등 인력난이 심각한 14개 업종에서 5년간 최대 34만5150명의 외국인 노동자를 수용할 예정이다. 특정기능 1호를 딴 외국인은 최장 5년까지 체류할 수 있다. 무라타 대표는 “외국인 실습생은 우리에게 대단한 주력”이라면서 “그들이 좀더 오래 있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바라키현 쓰쿠바시에 자리한 하타케컴퍼니는 어린잎채소 생산 규모가 일본 내 최대급을 자랑한다. 미네랄워터 판매원이던 기무라 마코토(木村誠) 대표가 전업농으로 변신한 게 1988년. 부부로 시작한 게 지금은 직원 45명, 연매출 10억엔(약 110억원)의 대규모 농가로 성장했다. 어린잎채소 시장의 성장과 기계화 덕이 컸다. 12년 전 불필요한 낭비 등을 줄이는 ‘도요타 생산방식’을 도입해 생산 작업을 효율화했다. 분류·포장 공정도 기계화하고, 물류 시스템까지 구축했다. 최적의 파종량이나 수분량 등 데이터 분석도 하고 있다. 하타케컴퍼니 농장에서도 베트남 기능 실습생 9명이 일하고 있다. 기무라 대표는 26일 “쓰쿠바시는 도쿄도 가까워서 아직은 괜찮지만 앞으로는 어떻게 될 지 모르겠다”고 했다.
 일손 부족 등의 문제 해결을 위해 일본 정부와 농업계가 또하나 주력하고 있는 게 ‘스마트 농업’이다. 정보통신기술(ICT)과 로봇 등의 첨단기술을 활용해 노동력 경감과 효율성 향상을 도모하겠다는 것이다.
 이바라키현 쓰쿠바시에 자리한 ‘꿈 있는 농업종합연구소’. 일본 3대 농기계제조사의 하나인 이세키(井關)농기가 최첨단 재배기술이나 농기계를 개발·실험·검증하는 거점이다.

 지난 25일 연구소 인근에선 ‘로봇트랙터’의 자동주행 시험이 진행됐다. 연구소 직원이 리모컨 단추를 누르자 아무도 타지 않은 트랙터가 기세 좋게 직진하면서 농지를 간다. 트랙터는 농지 가장자리까지 오자 180도 회전을 한 뒤 다시 작업을 이어간다. 글로벌항법위성시스템(GNSS) 등을 구사해 자동 주행한다. 10개의 적외선·초음파 센서로 사람이나 장애물을 발견하면 멈춘다. 안전 등의 문제로 사람이 지켜봐야 하는 ‘유인감시형 로봇트랙터’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로봇트랙터의 상용화를 기치로 내걸었다. 이에 따라 농기계제조사들은 로봇트랙터를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이세키농기도 지난해 12월부터 로봇트렉터 10대의 판매를 개시했다. 가격은 일반 트랙터의 1.6배 정도인 1200만엔(약 1억2300만원)이다. 미와다 가쓰시(三輪田克志) 연구소장은 “가격과 안전 문제가 가장 큰 벽”이라면서 “내년 이후 시장의 평가와 사용자의 수요를 취합한 뒤 상용화를 판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세키농기는 이외에도 GPS를 이용해 자동주행하거나 센서를 활용해 자동으로 퇴비의 양을 조절하는 이앙기를 내놓았다. 여성 농업종사자를 배려한 경운기나 제초기 등도 개발하고 있다. 밭갈이에서부터 수확까지 전 과정을 지원하는 체제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미와다 소장은 “ 고령화로 농업종사가자 줄면서 오히려 농가당 면적은 늘고 있다”면서 “주행이 자동화된 농기계나 센서 기술을 활용한 농업기계 등 스마트 농업은 필수”라고 했다.
 일본 정부도 스마트 농업 지원에 주력하고 있다. 농림수산성은 최근 드론이나 로봇트랙터 등을 활용한 스마트농업 사례 69건을 채택, 내년까지 실증실험을 실시할 예정이다. 데이터를 활용한 농업 실천을 목표로 2025년까지 일정 규모의 농가를 대상으로 환경제어장치와 환경모니터링 시스템 등 ICT 기술을 접목시킬 계획이다.

 

 

Posted by fontifex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