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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일본 니혼 닛폰

초고령사회 일본, 노인 쓰레기 배출 지원에 부심

 

 “우리 부부가 쓰레기 내는 걸 계속했으면 나자빠졌을 겁니다.”
 일본 지바(千葉)현 나가레야마(流山)시에 사는 한 노인(86)은 지난 가을부터 시로부터 쓰레기 배출 지원을 받고 있다. 현관 앞 쓰레기통에 쓰레기를 넣어두면 청소업자가 매주 1회 무료로 수거해간다. 쓰레기 분리는 도우미가 거들어준다. 그 전까지는 집에서 35m 떨어진 쓰레기장까지 가져갔다. 폐기종을 앓고 있는 그에겐 고역이었다. 
 나가레야마시가 쓰레기 배출 지원을 시작한 것은 2012년 4월. 그새 이용자는 100세대에서 140세대로 늘었다. 하지만 이는 65세 이상 인구(약 4만5000명)의 0.4%에 지나지 않는다고 요미우리신문이 18일 전했다.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일본에서 사회 문제의 하나로 떠오른 것이 ‘고미야시키(쓰레기집)’다. 자기 힘으로 쓰레기 처리가 곤란한 고령자가 늘면서 집에 쓰레기가 쌓이고, 고립·소외감을 느끼는 등 지역사회의 고민거리가 되고 있는 것이다.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이런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고령자에 대한 쓰레기 배출 지원 제도를 확충하기로 했다. 환경성이 전국의 쓰레기 처리 지원 상황을 조사하고 시범사업을 실시한 뒤 지자체를 대상으로 한 운용지침을 내년 3월까지 작성할 예정이다.
 ‘노인대국’ 일본에선 생활의욕 및 근력 저하, 인지증 등으로 인해 쓰레기를 내지 못하는 고령자가 늘고 있다. 총무성에 따르면 2017년 10월 현재 일본 전체 인구에서 65세 이상 고령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28%로, 그 가운데 절반 가까이가 독거노인으로 추정되고 있다. 특히 2036년에는 3명 중 1명이 65세 이상으로 예상되고 있다.
 일부 지자체들은 이미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다. 정기적으로 고령자의 집을 방문해 쓰레기를 회수함으로써 고독사를 막으려는 목적도 있다. 
 나가레야마시는 65세 이상 고령자나 장애인 단독세대로 이웃이나 가족의 협력을 얻을 수 없는 경우를 조건으로 시에서 위탁한 청소업자가 집 현관까지 가서 쓰레기를 수거한다. 후쿠시마(福島)시는 시 직원들이 직접 고령자 집으로 찾아가 쓰레기를 버려준다. 센다이(仙台)시는 쓰레기를 수거하는 마을자치회나 자원봉사단체에 1세대당 140엔(약 1420원)을 지원한다.
 다만 이런 지자체는 전체의 4분의 1 정도이고, 지원대상도 극소수다. 국립환경연구소의 2015년도 조사에 따르면 고령자의 쓰레기 배출 지원 제도가 있는 지자체는 23%였다. 반면 쓰레기 배출이 곤란한 주민이 늘 것이라고 답한 지자체는 87%에 이르렀다. 환경성 담당자는 “고령화는 매년 진행되고 있어 문제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인력이나 예산도 부족한 상황이다. 후쿠시마시의 경우 지원 제도를 시작한 2007년에 비해 이용 세대수가 2.5배인 1000세대로 증가했다. 시 담당자는 “이대로 계속 늘어나면 직원만으로는 손이 모자랄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