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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일본 니혼 닛폰

일본, 풀뿌리 민주주의 위기? 4월 지방선거 ‘후보 구인난’ 심각

 일본에서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 대부분을 뽑는 통일지방선거가 다음달 7일과 21일 실시된다. 이번 선거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의 운명을 가를 여름 참의원 선거의 ‘전초전’으로 불리지만, 현장에선 사정이 다르다. 지방의원 입후보자가 부족해 유권자가 ‘선택할 권리’를 행사하지 못할 것이란 경고음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고령화와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 감소로 풀뿌리 민주주의의 근간이 흔들린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일본에선 최근 지방의원 선거에서 정원 미달이나 무투표 당선이 잇따르면서 지방의회의 ‘구인난’이 심각한 문제로 떠올랐다.
 지난해 11월 군마(群馬)현 쇼와(昭和)촌에선 정원 12명의 의원 선거에 9명이 입후보했다. 지난 1월 실시한 재선거에도 결원수인 3명이 더 입후보. 무투표 당선됐다. 홋카이도(北海道) 우라호로(浦幌)정은 지난 2015년 통일지방선거 전 정원 미달을 우려해 의원정수를 13명에서 11명으로 줄였지만, 선거에선 결국 후보 1명이 모자랐다.
 인력 부족으로 의회를 꾸리기 힘든 상황은 지방자치제도를 위협하고 있다.  NHK가 지난 1~2월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기초자치단체인 시구정촌(市區町村) 의회 1788곳의 228곳(13%)이 무투표 당선자로 현재의 의회를 꾸리고 있었다. 홋카이도 우라호로 정을 비롯해 11곳의 기초의회는 정원을 채우지도 못했다. 아사히신문이 지난 17일 공개한 조사 결과에선 지방의원 입후보자수는 1기(2007~2010년) 4만2549명에서 3기(2015~2018년) 3만8881명으로 줄어들었다. 무투표 당선도 1기 424곳에서 3기 589곳으로 증가했다.
 구인난은 인구가 적은 정촌의회를 넘어 중소도시 의회에도 확산되고 있다. 지난 1월 지방의원 선거에서 나가노(長野)현 고모로(小諸)시(인구 4만2000명), 야마나시(山梨)현 우에노하라(上野原市)시(인구 2만4000명), 구마모토(熊本)현 아소(阿蘇)시(인구 2만6000명)가 무투표 당선자가 나왔다.
 일본 언론은 이번 통일지방선거에서 입후보자 부족 문제가 부각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아사히신문이 지난 12월 전체 시구정촌 의회 1788곳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38%인 678곳이 “의원 입후보자 부족이 과제다”고 답했다.  도쿄신문은 지난 13일 통일지방선거에서 392명의 의원을 선출하는 수도권 간토(關東) 지역 5개 현 의회의 26.3%인 103명이 무투표 당선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로 인해 투표할 권리를 잃게 되는 유권자는 579만2628명에 이를 것으로 봤다.
 인력 부족으로 인한 지방의회의 위기감이 확산되자 일본 정부와 각 지자체는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집권여당인 자민당은 지난 18일 지방의회를 활성화시킬 방안을 검토하는 ‘지방의회 과제에 관한 프로젝트팀’을 발족시켰다. 앞서 총무성 산하 촌연구회는 지난해 3월 보고서를 통해  다수의 겸업 의원을 허용하는 ‘다수참가형’ 의회와 3~5명의 전업의원이 의정 활동을 하는 ‘집중전문형’ 의회를 모델로 제안하기도 했다.
 지방의원의 보수를 인상하거나 정원을 축소하는 움직임도 확산되고 있다. 다만 의원 보수 인상은 예산 문제가 걸려 있고, 정원 축소도 입후보자가 정원을 겨우 웃돌 경우 유권자가 ‘선택할 권리’를 사실상 행사하지 못하는 것은 마찬가지라는 등의 지적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