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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일본 니혼 닛폰

‘폭도 좁고 수심도 얕은데 왜?’...일본 농업용수로 추락사 주의보

 지난 26일 도야마(富山)시에서 86세 여성이 사체로 발견. 지난해 5월 가가와(香川)현에서 유모차가 굴러 떨어져 생후 2개월 된 아기 사망. 같은해 8월 아키타(秋田)현에서 10세 남자 아이가 물에 휩쓸려 사망. 모두 농업용수로에서 벌어진 사건이다.
 일본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농업용수로에서 사망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총연장 40만㎞, 지구 10바퀴를 돌 수 있는 길이로, 일본 주택지 풍경에 자연스럽게 녹아있는 이 농업용수로가 ‘생명을 빼앗는 위험한 도랑’이라고 NHK는 전했다.
 31일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2015~2017년 3년 간 농업용수로에 빠져 사망한 사람은 204명이었다. 이 중 80%가 65세 이상 고령자였다. 도도부현(광역지방치단체) 가운데 가장 사망자가 많은 곳은 도야마현으로 53명이었다. 이어서 니가타현 15명, 사가현 12명 등의 순이었다.
 하지만 용수로에 빠져 사망한 사람은 더 많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경찰청 통계는 익사한  사람들만 포함하고 있고, 머리 등을 부딪쳐 사망한 사람은 포함하고 있지 않다. 게다가 경찰 통계에는 ‘수로 사고’라는 분류가 없어 행정기관이 용수로 사고 건수 및 경향 등 실태를 파악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편 사망자의 대부분은 폭이 좁고 수심이 얕은 용수로에 빠져 변을 당했다. NHK가 도야마현에서 지난해 사망한 13명의 사고현장을 확인한 결과, 수로의 폭이 1m 이하는 13곳 중 7 곳이었고, 수심이 40㎝ 이하는 13곳 중 9곳이었다.
 위험성이 낮아 보이는 좁고 얕은 용수로에서 사고가 잇따르는 데 대해 전문가들은 용수로가 딱 몸이 끼는 폭이어서 몸이 물의 흐름을 막을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럴 경우 순식간에 수위가 상승해 일어날 수조차 없다. 용수로에 굴러 떨어져서 당황해 대량의 물을 삼켜 익사하는 경우도 있다. 사이토 히데토시(齊藤秀俊)나가오카기술과학대 교수는 NHK에 “수로에 넘어지면 아차하는 순간 손이 나가지 않은 채  바닥에 머리를 부딪쳐 의식을 잃을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추락 방지용 울타리나 덮개가 설치되지 않은 용수로도 적지 않고, 눈이 쌓이면 도로와 구분하기 어려운 곳도 많은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용수로 사고가 반복되는 데에는 경찰 등 행정기관에 의한 본겨적인 안전대책이 이뤄지지 않은 점도 거론된다. 용수로 사고는 교통사고에 해당하지 않는 것이 많아서 용수로를 소유·관리하고 있는 ‘토지 개량 구’라는  지역 농가로 구성된 단체가 안전 대책을 담당하고 있다. 이들이 한정된 재원과 인력으로 위험한 용수로를 파악, 대책을 세우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