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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이방카 트럼프에서 박근혜까지...'퍼스트도터(first daughter)'의 시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맏딸 이방카가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이 있는 ‘웨스트윙(서쪽 별관)’에 사무실을 낸다. 지금까지 대통령 자녀에게 직함도 없이 공식적으로 백악관 사무실을 내 준 적은 없다. 이방카가 트럼프 정부에서 막강한 권력을 지닌 여성으로 위치를 굳힌 것이다. 21일(현지시간) BBC는 아버지의 후광 덕에 이방카만큼이나 잘 나가는 전 세계의 ‘퍼스트도터(first daughter)들’을 조명했다.

①패밀리 비즈니스…파키스탄 총리의 딸
 나와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의 딸 마리암(43)은 원래 가족이 운영하는 자선단체에서 일했다. 2013년 아버지의 재선 과정에서 주요한 역할을 했고, 현재는 여당인 파키스탄무슬림리그(PML)에서 활동하고 있다.
 마리암은 지난해 조세회피처 자료인 ‘파나마 페이퍼스’에 이름이 올라 논란을 일으켰다. 그와 두 명의 형제들이 런던에 있는 고가 자산들을 취득하기 위해 페이퍼컴퍼니와 연계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샤리프 총리는 “정치적 목적을 위해 나와 내 가족을 겨냥하고 있다”고 의혹을 일축했지만, 이번 사건에 대한 재판이 현재 파키스탄 대법원에서 진행 중이다. 


 
②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의 ‘가젤’
 수메이예(31)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의 막내딸이다. 에르도안이 ‘나의 가젤(아름답고 소중한 사람을 칭하는 말)’이라고 부를 정도로 아버지의 사랑을 한몸에 받고 있다.
 미국과 영국에서 정치학을 전공했다. 에르도안이 정의개발당(AKP)을 이끌 때 자문역으로 일했고, 아버지의 해외 순방에도 자주 동행했다.
 2015년 국회의원에 출마한다는 관측이 나돌기도 했지만, 현재는 터키의 여권옹호그룹에서 활동하고 있다.

③비서실장이자 국회의원, 타지키스탄 대통령의 딸
 20년 가까이 장기집권하고 있는 에모말리 라흐몬 타지키스탄 대통령의 딸 오조다(39)는 오조다는 아이 다섯을 둔 워킹맘이다.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했다. 외무부에서 일을 시작해 2009년에는 외무차관을 맡았다. 라흐몬 대통령은 2016년 그녀를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임명했고, 상원의원에도 당선됐다. 남편은 중앙은행 부총재다.
 오조다가 라흐몬 집안에서 정부직을 차지한 유일한 인물은 아니다. 라흐몬의 자녀 9명 가운데 맏아들 루스탐은 수도 두샨베의 시장이다. 오조다의 여동생 루크흐쇼나는 외무부에서 일하고 있다. 다른 가족들도 재계나 정부 요직을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BBC는 라흐몬 집안이 타지키스탄에서 가장 부유하고 영향력이 있는 집안이라고 소개했다.

④아프리카의 첫 여성 억만장자
 앙골라를 38년간 통치한 호세 에두아르도 도스 산토스 대통령의 딸 이사벨(43)은 국영석유회사 소난골의 대표다. 2013년 경제전문지 포브스매거진은 이사벨을 아프리카에서 가장 부유한 여성으로 꼽으면서, 약 32억달러(약3조5800억원)의 자산을 가진 여성 억만장자로 평가했다.
 영국에서 수학한 이사벨은 금융과 통신, 다이아몬드 사업에 거대한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앙골라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경제계 인물로 꼽힌다. 
 국제투명성기구는 앙골라를 세계에서 가장 부패한 나라 가운데 하나로 지목하고 있다. 이사벨의 막대한 재산은 아버지로 인한 것이라는 비판이 많다.

⑤스포츠댄스 매니아…푸틴의 딸
 사생활을 철저하게 공개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두 딸에 대해서는 최근까지도 알려진 게 거의 없다.
 그러나 둘째딸 예카테리나가 ‘카테리나 티호노바’라는 가명으로 모스코바에 살고 있는 것으로 밝혀져 관심을 모았다. 그녀는 푸틴의 오랜 친구의 아들인 키릴 샤마로프라는 사업가랑 결혼했고, 가스와 석유 산업에 투자 등을 통해 20억달러 상당의 재산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예카테리나는 현재 모스크바 국립대에서 지식개발을 위한 공공기금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다. 해외에서 수백만달러 규모의 계약을 체결하고, 푸틴 대통령의 ‘이너서클’에서 자문역을 맡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녀는 또한 열정적인 댄스 스포츠 댄서로, 2013년 스위스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5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⑥성 소수자의 옹호자… 카스트로의 조카딸

 마리엘라(55)는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의 딸이자, 지난해 사망한 피델 카스트로의 조카딸이다.
 현재 국회의원이자 성소수자 권리 운동가로 활동하고 있다. 에이즈 방지에서부터 동성애자 권리까지의 영역에 걸친 정책을 만드는 국립성교육센터 소장을 맡고 있다. 2008년 성전환수술을 무료로 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 통과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그녀가 국가최고지도자의 딸이기 때문에 지금의 자리에 올랐다는 비판적 시각도 있다.

⑦몰락한 ‘퍼스트도터’들
 하지만 ‘퍼스트도터’로서 권력과 명예를 향유하다 몰락한 경우도 드물지 않다. 지난해 9월 사망한 우즈베키스탄의 장기집권 독재자 이슬람 카리모프의 딸 굴나라 카리모바는 아버지를 등에 업고 경제권력을 쥐고 흔들었다. 한때 아버지의 후계자 자리까지 넘봤으나 욕심이 과했다. 거액 뇌물수수로 결국 문제를 일으켰고, 2015년 아버지 눈 밖에 났다. 지난해 아버지가 숨지면서 뉴스의 중심에서도 사라졌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퍼스트도터’에서 대를 이어 대통령이 된 경우다. 박 전 대통령은 어머니 육영수 여사가 서거한 뒤 사실상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하기도 했다. 2012년 대선에서 승리해 헌정 사상 첫 여성 대통령이 됐지만, 지난 10일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으로 헌정 사상 처음으로 파면당한 대통령으로 남게 됐다. 만약 검찰이 박 대통령을 기소하게 되면 1995년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이후 처음으로 법정에 서는 전직 대통령이 된다. 

 
 인도네시아 초대 대통령 수카르노의 딸 메가와티 수카르노푸트리와 필리핀 디오스타도 마카파갈 대통령의 딸 글로리아 마카파갈 아로요도 박 전 대통령처럼 아버지의 후광을 등에 업고 부녀 대통령이 됐다. 메가와티는 정치력 부족으로 비판에 시달렸지만 물러난 뒤에도 정치인으로 계속 활동하고 있다. 아로요 역시 남편의 뇌물수수 등 측근 부패 의혹에 시달렸다. 아로요 본인도 기소됐으나 지난해 사면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