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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트럼프의 보호무역? 미국은 이미 닫혀 있었다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사진)가 수십년간 강조해온 ‘자유무역 지지’와 ‘보호무역 배격’이 빠진 채 막을 내렸다.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보호무역 기조가 G20마저 흔든 것이다. 하지만 미국은 트럼프 이전부터 보호무역주의 조치들을 늘려왔고, 미국에 맞서 자유무역을 외치는 주요 국가들도 비슷한 경로를 걸어왔다. 보호무역 그림자가 한층 짙어진 이번 회의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뚜렷해진 세계적인 보호무역주의 흐름에 따른 필연적인 결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들이 18일(현지시간) 독일 바덴바덴에서 이틀간의 회의를 마친 후 발표한 코뮈니케(공동선언문)에는 ‘보호주의 배격’ 약속은 언급되지 않은 채 “교역이 경제에 기여하는 정도를 강화하는 데 노력한다”는 표현만 들어갔다. 이 회의는 지난해에는 “모든 형태의 보호주의에 저항한다”고 선언했다. 관계자들은 미국의 거부로 이 같은 문안이 나왔다고 전했다.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은 폐막 후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자유무역을 믿지만, 균형 잡힌 무역도 믿는다”면서 “특정 협약들을 재검토하고 싶다”고 했다. 북미자유무역협정(나프타) 재협상을 이미 선언했음을 상기시키면서, 세계무역기구(WTO)의 조항들도 “미국인 노동자들의 이익을 위해” 재협상하겠다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 등은 미국의 보호무역주의를 견제하고 자유무역에 대한 합의를 강조하려던 독일과 중국 등의 계획이 틀어졌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정부 이전부터도 미국은 이미 보호무역 조치들을 늘려왔다. 영국 BBC방송은 G20 회원국들의 보호무역 조치들을 분석하며, 미국이 다른 나라들보다 압도적으로 그런 조치를 취해왔다고 지적했다. 일례로 미국 버락 오바마 정부는 출범 직후인 2009년 업계가 제기한 덤핑 의혹을 받아들여 중국산 타이어 제품에 35%의 관세를 물리고, 긴급수입제한조치를 발동하기까지 했다.
 런던 소재 경제정책연구센터(CEPR)에 따르면 미국은 2008년 11월부터 2016년 9월까지 G20 국가들 가운데 차별적 무역조치들을 가장 많이 취했다. 미국의 이런 조치는 1000건을 훌쩍 넘어, 500여건인 인도나 러시아의 2배다. 여기에는 관세나 수입품 세금부과, 수입품 쿼터 제한 같은 가시적인 조치들뿐 아니라 자국 산업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보조금 지급이나 의도적인 환율 조정 같은 것들도 포함된다. 한국은 유럽연합(EU)을 제외한 G20 회원국들 중 보호무역 조치를 가장 적게 취한 나라로 조사됐다.
 장벽을 높이는 것이 미국만의 흐름은 아니다. 금융위기 이후 세계경제가 침체에 빠지면서 자유무역주의는 퇴조해 왔다. WTO에 따르면 1986년부터 2008년까지 세계무역의 연평균 성장세는 6.5%였지만, 2012년부터 2015년까지 연평균 3.2%에 그쳤다.
 미국 트럼프 정부를 비판하는 G20 국가들도 자국 산업 보호에선 남을 탓할 처지가 아니다. CEPR에 따르면 2008년 이후 G20 국가들은 ‘보호무역을 배격한다’는 약속을 계속 어겼고, 4000건에 가까운 무역 장벽과 인센티브를 만들었다. CEPR이 조사한 지난해 9개월 동안 무역 자유화 조치들은 100건 정도 도입된 반면에 자유무역을 막는 조치들은 350건에 이르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