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수도권의 간병시설에서 정사원으로 일했던 30대 남성은 지난달 말 ‘퇴직대행’ 서비스를 이용해 회사를 그만뒀다.
직장 분위기에 적응하기 힘들어하던 그는 인사담당에게 상담했지만 “출근하지 않으면 곤란하다”는 얘기를 듣고 회사를 그만두고 싶다는 말도 못했다. 그럴 때 인터넷에서 퇴직대행서비스를 알게 됐다. 서비스를 의뢰한 뒤에는 퇴직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한 번도 회사에 가지 않았고, 전화도 하지 않았다. 퇴직대행업체의 지도에 따라 사표를 우편으로 보내고, 회사에서 쓰던 물건은 택배로 받았다. 그는 “너무 순조롭게 그만두게 돼 놀랐다”면서 “(퇴직대행서비스가) 피난처 같아서 감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에서 회사를 그만두겠다는 말을 꺼내기 힘든 사람을 대신해 사표를 내주는 퇴직대행 서비스가 인기를 모으고 있다고 마이니치신문이 31일 전했다.
퇴직대행업체는 의뢰인의 회사에 전화를 걸어 퇴직 의사를 전달하고, 퇴직 절차를 대행해 준다. 퇴직 희망자가 일절 회사와 접촉하지 않고 회사를 그만둘 수 있게 돕는 것이 원칙이다. 퇴직과 관련한 연락은 전부 대행업자가 전화로 한다. 의료보험이나 퇴직증명 등 관련 서류도 우편으로 주고받는다. 비용은 5만엔(약 50만원) 정도로, 사표를 내도 보류되거나 회사와 문제가 생길 것을 우려해 말을 꺼내지 못하는 20~30대가 주로 이용한다고 한다. 이런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는 현재 30곳 정도가 영업 중이다.
2017년 5월 이 서비스를 처음 시작한 ‘EXIT’의 공동대표 니노 도시유키(29)는 자신의 경험에서 퇴직대행서비스 회사를 자택에서 창업했다. 대기업 사원이었던 그는 상사로부터 자꾸 혼나고 휴일도 마음껏 쉬지 못했다. 사표를 낼 때에는 동료들로부터 냉담한 시선까지 받았다.
지난 7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입소문을 타면서 이 회사에는 현재 매달 1000건 정도의 상담이 들어오고 있다. 현재까지 약 1600건의 퇴직을 성사시켰다. 지금은 종업원 8명을 고용하고, 도쿄 신주쿠에 사무소까지 냈다.
퇴직대행 서비스가 인기를 끌자 변호사들도 잇따라 참여하고 있다. ‘노동사건 프로’ ‘24시간 365일 대응’ 등으로 인터넷에서 대대적으로 광고하고 있다고 마이니치는 전했다.
퇴직대행 서비스가 확산되고 있는 배경에는 인력난 심화로 일자리가 넘쳐나고 있는 일본의 경제 상황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후생노동성이 발표한 11월 유효 구인배율(구직자 대비 구인자 비율)은 1.63이었다. 구인자 1명당 1.63개의 일자리가 있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더 좋은 조건의 직장을 찾는 사람이 증가하면서 자발적인 이직은 늘고 있다. 반면 일손 부족에 고심하는 기업 측에선 기존 사원들의 이직을 막으려고 하면서 ‘퇴직 트러블’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종신고용문화가 오랜 기간 이어져온 일본에서 ‘이직은 배신’이라는 인식이 여전하고, 친척이나 선후배 등과의 관계를 의식해야 하는 점도 회사를 그만두기 힘들어 하는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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