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세대는 도심으로…노부부만 남아
일본 지바(千葉)시 가이힌(海浜) 신도시에 사는 우치야마 요시히코(內山義彦·78)의 하루는 아내(73)의 휠체어를 밀고 산책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철강회사에서 일했던 그는 1974년 이 신도시의 방 2개짜리 임대주택에 입주했다. 4700가구의 대단지였다. 같은 세대가 양복 차림으로 일제히 도심으로 출근하고, 아이들 2명이 다녔던 유치원에선 웃음소리가 넘쳐났다.
입주로부터 40여년. 구급차를 자주 보게 됐다. 아이들의 목소리도 점점 사라졌다. 초등학교는 통합됐다. 우치야마는 연말 떡 찧기 행사에도 가지 않게 됐다. 지역과의 연계는 약해지고 있다. “건강할 때는 괜찮지만”. 불안이 스친다. 최근 인근 단지에서 70대 남성이 고독사했다.
1960년대 후반 도쿄만 매립지에 조성되기 시작한 가이힌 신도시는 일본 수도권에서 고령화가 가장 진행되는 신도시로 꼽힌다. 고령화율(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30% 전후. 2015년 인구는 약 7만1000명으로 10년 전보다 10% 줄었다.
고도경제성장기인 1960~1970년대를 중심으로 지방에서 도시로의 인구 유입을 수용하는 역할을 했던 일본 수도권 신도시가 급속한 고령화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마이니치신문은 24일 수도권 신도시의 최근 10년 간 고령화 속도를 비교한 결과 모두 전국 평균을 상회하는 속도로 고령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신문에 따르면 일본 전국의 고령화율은 2005년 20.2 %에서 2015년 26.6 %로 1.32배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도쿄, 가나가와, 지바, 사이타마 등 수도권의 대규모 신도시 18곳의 고령화율 증가세는 1.33~ 2.34 배로 모두 전국 평균보다 높았다. 가장 증가세가 빨랐던 것은 지바현 나리타(成田) 신도시로 2015년 9.2%에서 2015년 21.6%로 상승했다. 2015년 고령화율이 최고였던 수도권 신도시는 지바시 가이힌 신도시의 게미가와(檢見川)로 31.8%였다.
수도권 신도시 18곳 가운데 2015년 고령화율이 전국 평균 26.6%를 웃도는 곳은 4곳이었지만, 2025년에는 수도권 신도시 절반인 8곳이 전국 평균 고령화율(30 .0 %)을 넘는 것으로 추산됐다. 마을이나 구역별로 보면 공동생활이 곤란해지는 ‘한계취락’의 기준인 고령화율 50% 이상 지역이 2015년 3곳에서 2025년 58곳으로 급증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신도시에서 고령화가 급속하게 진행되는 것은 대규모 단지에 동시 입주했던 이들의 아이들 세대가 집을 떠나는 반면 새로 들어오는 이들이 없는 채로 노부부만 남기 때문이다. 대규모 단지의 경우 용도나 방 배치에 다양성이 없어 폭넓은 세대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점도 거론된다.
급속한 고령화는 의료기관이나 요양시설의 부족으로 이어진다. 커뮤니티 기능도 저하된다. 일본 국토교통성은 신도시의 과제로 빈집 증가, 시설 노후화, 상점 쇠퇴, 학교 유휴화 등을 꼽고 있다. 이같은 충격으로 인해 주민이나 행정이 느끼는 불안은 클 수밖에 없다. 신도시에 정통한 오쿠이 다케시(奧居武) 센리(千里)시민포럼 사무총장은 “지방에서 일어나고 있는 문제가 도시 근교에서도 나타나고 있다고 할 수 있지만 지방과 다른 점은 지연(地緣)이 없다는 것”이라면서 “수도권 신도시는 지연에 의존 할 수 없는 도시에서 고령화 사회의 첫 표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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