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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트럼프의 반이민 행정명령에 맞선 하와이의 '알로하 정신'

 지난 15일(현지시간) 미국 하와이주 연방법원은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반(反)이민 수정 행정명령의 효력을 일시 중단하는 결정을 내렸다. 하와이 주정부의 소송이 받아들여진 것이다. 하와이는 미국 본토에서 3800여㎞ 떨어져 있고, 무슬림 이민자도 많지 않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8일 “하와이는 트럼프의 반이민 행정명령을 막아선 예상 밖의 지역”이라고 평했다. 왜 하와이가 나선 것일까.
 현재 하와이에는 40여개국에서 온 5000명의 무슬림이 산다. 이들은 와이키키 해변이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모스크를 짓고, 해변에서 라마단(금식기간)이 끝나는 것을 축하한다. 하와이 4개 주요 섬마다 모스크가 있고, 호놀룰루에서 매주 금요일 열리는 예배에는 400명 정도가 참석한다. 일자리와 온화한 날씨, 섬 특유의 삶의 방식 등을 찾아 이주해온 하와이의 무슬림 공동체는 조용히 성장해왔다. 하와이에 매년 정착하는 난민은 6명 정도로 미국 전체 난민 숫자와 비교하면 미미하다.
 그런데도 하와이가 트럼프 정부의 반이민 정책에 맞서 앞장선 배경으로 월스트리트저널은 어느 한 민족이 우위를 차지하지 않는 다문화 지역이라는 점과 역사적 경험, 독특한 인구구성 등을 꼽았다. 관용과 이해를 기반으로 상대방에게 친근감을 표하고 배려하는 하와이 특유의 ‘알로하 정신’이 이민자나 난민의 문화를 폭넓게 받아들이는 데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지난해 대선 이전까지만 해도 하와이는 반무슬림 정서가 별로 없는 곳이었고, 위협이나 증오발언은 들어보지 못했다고 무슬림 주민들은 말한다.
 그러나 트럼프 정부가 들어서면서, 이웃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해온 하와이의 무슬림들은 급격한 변화에 직면하고 있다. 지난해 말 한 무슬림 택시운전사는 자신을 “오사마(빈라덴)”라고 부르는 이들에게 공격당했고, 지난 2월에는 히잡을 쓴 여학생이 신성모독을 외치는 남성에게 쫓겼다. 모스크에 협박전화가 오고, 무슬림을 향해 욕을 하는 일도 늘었다.
 2015년 기준으로 하와이 주민 143만명 중 백인은 26%에 불과하며 원주민과 아시아계가 57%를 차지한다. 아시아계의 주축인 일본계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적국’과 내통할 위험이 있다는 이유로 억류됐던 경험이 있다. 이들은 그런 역사적 경험을 지금의 반무슬림 흐름과 연관짓는다. 이번 소송을 낸 중국계 더그 친 주 법무장관(사진 왼쪽)은 “하와이는 수십년간 일본인 억류와 중국인 배제 법안의 기억을 역사에 전하려 노력해왔다”면서 “그것은 우리가 피해야 할 역사의 어두운 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