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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베라크루스의 유골들과 멕시코 ‘마약 카르텔들의 전쟁’

 멕시코만에 접한 멕시코 중동부 베라크루스주의 주도인 베라크루스. 이 도시 근교의 야산인 콜리나스데산타페에서는 몇달 째 발굴이 진행중이다. 고고학 유적이 아닌, 유골 발굴이다. 마약 조직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멕시코 베라크루스주의 암매장지에서 발굴되는 유골이 갈수록 늘고 있다. 현지 당국의 공식 발표에 따르면 지금까지 250여구의 유골이 발견됐다고 레포르마 등 현지언론들이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조사와 발굴이 이제 3분의 1 진행된 만큼, 유골 수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유골의 대부분은 20대 초반에서 10대의 연령대로 추정된다. 호르헤 빈클레르 주 검사는 “지난 몇 년 간 마약 조직에 희생된 사람들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실종자 가족들은 당국에 마약 조직의 암매장지로 추정되는 이 지역에 대한 발굴 조사를 촉구해왔다. 이들은 지난해 8월부터 금속막대를 지면에 꽂아 시신을 탐지하는 작업을 했다. 그 결과 253구의 유해가 묻혀 있는 123개의 구덩이를 발견, 당국이 발굴 작업에 나서게 했다.
 발견된 유골 중 지금까지 신원이 확인된 것은 단 두 구로, 경찰 수사관들이었다. 언제 매장됐는지는 알 수 없다. 주 당국에는 현재 2400명의 실종신고가 접수돼 있다. 빈클레르 검사는 “베라크루스는 하나의 거대한 무덤”이라고 말했다. 실종자 가족들은 주 정부가 마약 조직과 유착을 의심하고 있다. 지난해 사임한 하비에르 두테르테 전 주지사는 돈 세탁과 조직범죄 혐의로 수배를 받고 있다. 사람들을 납치해 마약 조직에 넘겨준 혐의로 체포된 경찰들도 있었다.
 베라크루스는 최근까지 마약 카르텔 간 피비린내 나는 유혈극이 이어져왔다. 잔혹하기로 악명 높은 ‘로스세타스’ 카르텔이 이 지역을 장악해왔지만 2011년을 전후로 ‘할리스코 신세대’ 조직이 세력을 확장하면서 카르텔 전쟁이 벌어진 것이다.
 멕시코에서는 수십년 째 부패한 관리·경찰과 결탁한 마약조직들이 판치고 있다. 미국의 압박 속에 정부가 마약과의 전쟁을 벌였으나 카르텔들은 건재하다. 지난해 재검거된 마약왕 호아킨 구스만이 이끌던 시날로아를 비롯, 퇴역 군인들이 주축인 로스세타스, 멕시코에서 가장 오래된 범죄조직인 골포(걸프), 범죄 도시로 악명높은 시우다드후아레스의 ‘후아레스’ 등 대규모 카르텔들이 전국을 나누어 장악하고 있다. 멕시코가 마약갱 소굴이 된 데에는 콜롬비아 같은 마약 생산지와 미국이라는 거대한 시장 사이에 있다는 지정학적 위치도 작용했다. 멕시코는 1960년대부터 북미로 향하는 마약의 통로가 됐다. 미국으로 유입되는 마약 90%가 멕시코 카르텔들의 손을 거친다.
 카르텔들은 마약 밀매뿐만 아니라 조직을 지키고 세력을 확장하기 위해 납치·살인을 마다하지 않는다. 조직 간 영역 다툼으로 유혈 충돌이 잇따랐고, 보복의 악순환도 계속됐다. 멕시코 인권위원회에 따르면 2006년 정부가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한 이후 10년 동안 2만8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실종됐다. 암매장된 시신이 대량으로 발견되는 일도 드물지 않다. 중부 두랑고주에선 2011년 4월 이후 300구의 시신이 발견됐다. 미국 국경에 접한 타마울리파스주의 산페르난도에서도 같은 해 250구 이상이 발굴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