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65·사진)이 15~19일 한·중·일 3국을 공식 방문한다.
취임 후 처음인 이번 3국 방문에선 북한 핵·미사일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한국 배치 문제가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이렇다 할 존재감을 보이지 못해, 취임 한 달 반 만에 “역대 최약체 국무장관”이라는 말까지 듣고 있는 틸러슨에게는 이번 순방이 역량을 입증할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틸러슨은 15~17일 일본, 17~18일 한국, 18~19일 중국을 잇달아 찾는다. 최대 현안은 북한 핵·미사일 대응이다. 트럼프 정부 대북정책의 윤곽이 나올지가 관심사다. 한국 방문에선 탄핵과 상관없이 한·미동맹은 중요하다는 점을 거듭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에선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왕이(王毅) 외교부장을 만나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중국의 이해를 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미·중 정상회담 의제도 조율할 것으로 보인다.
틸러슨은 티렉스(티라노사우루스)라는 별명답지 않게 트럼프 정부에서 별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6주간 투명망토를 썼다”고 평가했다. 가장 큰 이유는 트럼프의 신임을 얻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트럼프가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저스틴 트뤼도 캐나다 총리 등 정상들과 회동할 때 틸러슨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백악관이 최근 국무부 예산을 37%나 삭감하겠다고 발표했지만 틸러슨은 공개적으로 어떤 말도 하지 않았다. 틸러슨이 추천한 국무부 부장관 후보는 트럼프에게 거절당했다.
엑손모빌 경영자를 지냈을 뿐 공직 경험이 전무한 틸러슨은 기자회견 때 준비된 원고만 간단히 읽고, 언론의 질문을 받지 않는다. 전임 장관들이 국내외에서 미국의 외교정책을 쉴 새 없이 설파해온 것과는 다르다. 취임 뒤 외국 방문은 멕시코와 독일이 전부였지만 뚜렷한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 오히려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이 동맹국들을 다독이고 채찍질하는 외교안보 수장 역할을 했다.
남미 언론 텔레수르는 루이스 비데가라이 멕시코 외무장관이 틸러슨을 제쳐놓고 미 국무부도 모르게 워싱턴에서 백악관 참모진을 만났다고 지난 11일 보도하기도 했다.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는 “정상적이라면 국무장관이 각료 중 가장 중요하지만 틸러슨은 현재까지 거의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고 있다”며 “그의 역할은 갈수록 줄어들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번 순방은 3국뿐 아니라 틸러슨에게도 매우 중요하지만, 미국 안에서도 기대치가 높아 보이지는 않는다. 무엇보다, 대통령이 탄핵당한 한국의 복잡한 정국과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의 반발이 기다리는 복잡한 상황이다. 사드 문제를 놓고 중국과 절충안을 찾는 것은 어려운 작업이 될 게 뻔하다.
트럼프 정부의 대북정책은 아직 윤곽이 나오지도 않았다. 북핵 문제를 두고 틸러슨이 그동안 내놓은 발언은 독일에서 왕이 부장을 만났을 때 “모든 수단을 동원해 북한의 도발을 누그러뜨려 달라”고 한 것이 거의 전부다. 북핵 6자회담 미국 측 수석대표였던 크리스토퍼 힐 전 동아·태 차관보는 “외교는 팀 스포츠”라면서 틸러슨의 국무부는 팀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번 순방에 국무부 출입기자들을 동행시키지 않기로 한 것도 논란을 키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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