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간편한 통신수단으로 1990년대를 풍미한 무선호출기 ‘포켓벨(한국명 삐삐)’이 51년 만에 자취를 감추게 됐다.
3일 NHK에 따르면 일본에서 유일하게 포켓벨을 사용한 무선호출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통신회사 도쿄텔레메시지는 내년 9월말 이 서비스를 종료하기로 결정했다. 1968년 이 서비스가 일본에서 처음 도입된 지 51년 만에 역할을 끝내게 되는 셈이다.
포켓벨을 사용한 무선호출 서비스는 1968년 당시 전신전화공사(NTT 전신)이 시작했다. 처음에는 단말기에 전화를 걸면 소리가 울리는 기능밖에 없었다. 1985년 숫자를 단말기에 표시할 수 있게 되면서 한국의 ‘8282(빨리빨리)’처럼 숫자를 이용한 메시지를 보내는 방법이 여고생 등 젊은이들 사이에 널리 퍼졌다. 여기에 문자를 표시하는 기능도 더해지면서 급속하게 보급이 진행, 포켓벨로 대화를 나누는 상대를 ‘벨토모(포켓벨과 친구를 뜻하는 도모를 조합한 말)’라고 부르는 등 사회현상으로까지 번졌다. NTT 외에도 여러 기업이 포켓벨 시장에 진입하면서 최전성기인 1996년에는 계약수가 1061만건에 달했다.
하지만 이후 휴대전화 등이 등장하면서 이용자가 계속 감소하면서 사업자가 잇따라 철수했다. 2007년 전국 규모로 사업을 하던 NTT가 서비스를 종료했다. 지난해에는 오키나와에서 사업을 하고 있던 오키나와텔레메시지가 서비스를 종료해, 도쿄텔레메시지가 유일한 사업자로 남았다.
도쿄텔레메시지는 간토(도쿄를 비롯한 수도권)의 일부 약 1500명에게 무선호출서비스를 제공해왔다. 포켓벨은 전자파가 발생하지 않고, 건물 안에서도 전파를 쉽게 수신할 수 있기 때문에 주로 의료관계자가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 회사도 2013년을 마지막으로 신규 이용을 접수하지 않고 있고, 향후 수익 전망도 보이지 않으면서 내년 9월말 서비스를 종료하기로 결정했다.
도쿄텔레메시지는 앞으로 포켓벨이 사용하고 있던 전파를 활용해 지방자치단체용 방재무선사업을 강화할 예정이다. 일본 지자체들은 태풍과 폭우 등 자연재난 상황 발생시 방재행정무선을 통한 대피 안내 방송이 주민들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포켓벨이 사용하는 전파를 활용하는 방재무선기를 도입하고 있다. 가정에 비치하는 라디오 크기의 전용 기기를 사용한다.
도쿄텔레메시지의 세노 히데토시(淸野英俊) 사장은 “지금까지 단말기를 소중하게 사용해 줬던 사람들 덕분에 서비스를 계속할 수 있었다”면서 “앞으로는 일본의 방재를 지탱하는 데 도움이 되고 싶다”고 NHK에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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