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기지 말고 다 먹어!”
일본에서 교사에게 급식을 다 먹도록 지도받은 초·중학생이 등교를 거부하거나 몸 상태를 해치는 문제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급식을 남기지 않고 다 먹는 ‘완식(完食)’ 지도가 지나친 교사가 처분을 받거나 학부모가 기소하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
4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지난 6월 시즈오카(靜岡)현 나가이즈미(長泉)정에선 여성 교사가 우유를 억지로 마시도록 해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가 생겨 등교를 거부하게 된 초등학교 6년생의 부모가 위자료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기후(岐阜)현 기후시의 한 초등학교에선 여성 담임이 아이들의 입가까지 급식을 들이대면서 다 먹도록 지도해 2년 간 5명이 구토 증세를 일으켰다. 이에 따라 시 교육위원회는 지난해 9월 이 교사에게 구두로 엄중 주의를 줬다.
지바( 千葉)현의 고교 3년 여학생은 초등학교 때 잘 못먹는 생선을 담임 교사로부터 끝까지 먹도록 강요받은 게 원인이 돼 거식증에 걸려 학교에 가지 않게 됐다. 담임 교사는 반 친구들 앞에서 이 학생의 입에 생선을 밀어넣고 다 먹을 때까지 지켜봤다고 한다.
문제가 잇따르자 지난해 5월 ‘완식’을 강요받은 일로 등교를 거부하거나 병이 생긴 사람들을 지원하는 ‘일본회식공포증극복지원협회’가 발족했다. 이 단체에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매일 10건 정도 상담이 들어와, 지난 9월까지 상담수가 1000건을 넘었다. 지난달에는 초등학교 1학년의 학부모가 “아들이 급식 중에 우유를 먹지 못해 수업시간이 되어서도 전부 마실 때까지 지도받았다”는 상담이 들어왔다. 이 학부모는 “계속 토할 때까지 마시도록 한 게 몇 차례나 있다. 이대로는 아이가 위험하다”고 호소했다고 한다.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문제가 생길 정도로 ‘완식’ 지도를 심하게 하는 이유는 뭘까.
니혼게이자이는 문부과학성 측이 ‘학교급식섭취기준’을 통해 바람직한 영양량을 규정해 각 교육위원회에 통지하고 있는 것이 한 원인일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문부과학성 측은 “개개의 실태 등을 충분히 감안해 탄력적으로 적용하도록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 초등학교 교사는 “식품낭비를 줄인다면서 학년별로 잔반(殘飯)량을 잰다”며 “목표를 완수하지 않으면 교장으로부터 지도받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음식을 남기지 말고 다 먹으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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