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자면 포인트 드려요.’
일본에서 수면을 착실하게 취하면 보수를 주는 기업이 등장했다. ‘일하는 방식 개혁’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사원들이 제대로 자는 것도 중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수면 방식 개혁’에 나서는 기업이 늘고 있다.
14일 일본 언론에 따르면 결혼업체인 CRAZY는 지난 10일부터 사원들이 충분한 수면을 취하면 포인트를 주는 제도를 도입했다. 1주일 가운데 6시간을 넘는 수면을 취하는 날이 5일 이상이면 500엔(약 5000원), 7일이면 1000엔(약 1만원) 상당의 포인트를 준다. 이 포인트는 회사 내에서 음식 등을 구입할 때 사용할 수 있다. 수면시간을 측정하는 어플리케이션이 깔린 스마트폰을 잘 때 머리맡에 놓아두면 측정된 데이터가 회사 측에 전송된다. 회사 측은 “일하는 시간을 관리하는 것보다 건강에 직결되는 수면을 관리하는 편이 좋겠다는 역발상으로 이런 아이디어를 내게 됐다”고 NHK에 밝혔다.
일본에선 최근 사원의 ‘수면 방식 개혁’에 나서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적절한 수면시간을 확보하고 수면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이 장시간 노동 문제를 개선하는 것은 물론, 생산성을 높일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일본에선 장시간 근무 등으로 인한 수면 부족은 심각한 사회현상으로 지적돼 왔다. 2015년 10월 발간된 일본 정부의 ‘과로사 백서’에 따르면 정규직 근로자 중 절반 정도가 수면을 충분히 취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랜드연구소 보고서는 일본에서 수면부족으로 연간 15조엔(151조원)의 손실이 나고 있으며, 이는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2.9%에 달한다고 밝혔다. 문제가 심각해지자 일부 기업에선 퇴근 후 다음날 출근 때가지 일정 시간 휴식을 보장하는 ‘최단 휴식시간’을 도입하고 있다.
적절한 수면시간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은 이제 질 높은 수면을 확보하려는 데까지 나아가고 있다.
닛신(日淸)식품은 지난해 12월부터 숙면 요령을 담은 홈페이지를 개설하고, 사원에게 시계형 센서를 배포하고 있다. 이 센서를 손목에 차고 있으면 하루의 걸음수나 칼로리 소비량은 물론, 몸을 뒤척이는 횟수 등을 통해 숙면도를 측정할 수 있다. 자신이 얕은 수면을 취하는 것을 알게 돼 침구 등을 바꿔 전보다 5배 이상 깊은 잠을 자게 된 사원도 생겼다.
철도회사인 JR니시니혼(西日本)은 지난해 4월 허리에 붙이는 센서로 승무원들의 수면상황을 측정하는 시스템을 도입하고, 수면에 대한 전문지식을 갖춘 ‘수면개선 리더’를 뒀다. 승무원들은 자신의 수면 데이터를 바탕으로 이 ‘수면개선리더’와 면담을 진행하게 된다.
기업을 대상으로 수면개선을 지도하는 회사도 생겼다. 뉴로 스페이스는 전문의와 협력해 수면을 분석·개선해주는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1년 반 전부터 상담건수가 급증, 대기업 사원 등 1만명 이상에게 개별 수면개선 지도를 하고 있다.
일본 기업이 수면 개선에 잇달아 달려드는 배경에는 기업의 인식이 높아진 것 외에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 저가격의 수면 측정기가 개발된 때문이다. 수면 측정기는 2000엔 정도에서도 수만엔에까지 다양한 종류가 판매되고 있다. 걸음수나 칼로리 소비량 등도 함께 측정할 수 있는 기기도 많아 사원의 건강관리에도 도움을 주려는 기업도 생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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