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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통신

[도쿄 부라부라]에치고쓰마리 '대지의 예술제'③

⑵마쓰다이(松代) 지역

에치고쓰마리 서부에 위치한 마쓰다이 지역은 대지의 대부분을 산이 차지하고 있고, 눈도 많이 내리는 곳이다. 이런 자연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만든 계단식 논이 지금은 이 지역을 대표하는 풍광이 됐다. 

①농무대

마쓰다이 지역의 예술거점은 '마쓰다이 설국농경문화센터-농무대(農舞台)'다. 이곳에 설치된 예술작품과 주변 산에 배치된 작품을 모두 합하면 50개에 달한다고 한다.

 

'농무대'는 주변으로 논들이 펼쳐진 들판에 마치 네 발로 서 있는 듯한 흰색 건물이다. '도시와 농촌의 교환'을 테마로 네덜란드의 건축가그룹 MVRD가 설계했다.  농무대 건물 안 방들도 아티스트들이 디자인한 작품이다. 옥상에 올라가 주변 풍경을 볼 수도 있다.

 

농무대 건물 앞에 서 있는 개구리들.

 

농무대 안에 자리잡은 가와구치 다쓰오의 '관계-흑판의 교실'. 작가는 교실 전체가 흑판이라면 얼마나 즐거울까라고 생각해 벽도 천장도 모두 흑판인 교실을 만들었다고 한다. 책상이나 의자, 지도나 지구의까지 분필로 낙서하는 게 가능하다.

 

농무대 바로 옆, 마쓰다이역 맞은편 언덕에 자리한 이 작품. 독특한 색감으로 작가가 누구인지 짐작이 가는 이들도 있겠다. '땡땡이 무늬'로 널리 알려진 구사마 야요이의 작품 '꽃 필 수 있는 쓰마리'.

농무대를 대표하는 일리야와 에밀리야 카바코프 부부의 작품 '계단식 논'. 농무대 건물 쪽에 전통적인 농작의 풍경을 읊은 텍스트를 마치 그물처럼 늘어뜨리고, 맞은편의 계단식 논에 농삿일을 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형상화한 조각을 배치했다. 농무대 쪽에서 바라보면 두 개가 겹쳐서 마치 한 장의 그림처럼 보인다.

원래 이 논을 일구던 할아버지는 골절상을 당한 탓도 있고 해서 농사를 그만두려고 했으나, 작품이 설치된 것을 계기로 6년 가까이 벼농사를 더했고, 이후에는 마을 주민들과 예술제 스태프들이 농사를 하고 있다고 한다. 

 

오자와 쓰요시 '가마보코 아트센터'. 순간 쓰레기통인가 생각했지만 이 지역에 많은 가마보코(어묵)형 창고의 형태를 띈 작품. 각각의 창고는 어안렌즈로 내부를 보는 게 가능하다 . 눈이 쌓이는 양을 상정해 크기가 다른 7개의 창고를 배열했다.

 

②시로야마(城山)

농무대 뒤쪽에 자리잡은 야트막한 시로야마 산에는 다양한 작품들이 점재해 있다. 언덕길을 따라 올라가다보면 곳곳에 숨어있는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이즈미 다치키 '물의 풀(pool)'. 계단식 논이 있었던 자리에 스이킨쿠쓰(水琴窟)를 설치했다. 스이킨쿠쓰는 물방울이 떨어지는 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만든 일본 정원 기법의 하나. 

 

계단식 논에 설치된 오이와 오스카의 '허수아비 프로젝트'. 붉은 허수아비는 이 논으로 생업을 영위하는 가족의 실제 크기 실루엣이라고 한다.

 

다나카 신타로 '○△□의 탑과 붉은 잠자리'. 창공을 배경으로 날개짓하는 붉은 잠자리 조각을 높이 10미터가 넘는 장대 위에 설치했다. 

 

파스칼 마틴 타이유 '리버스 시티'. 커다란 색색의 색연필들이 거꾸로 매달려 있다. 색연필에는 세계 각국의 이름이 적혀 있다. 

 

③마쓰다이의 도로변 

농무대를 찾아가는 길. 점심을 해결하려고 도로변에 있는 제법 커보이는 소바 가게에 들렀다. 기다리는 사람이 너무 많아 소바는 결국 포기했지만, 가게 옆에 있는 이 작품을 우연히 발견했다. 

토마스 엘러 '인간 자연에 다시 들어가다'. 거대한 사람 형태의 간판에 작가 자신의 얼굴 사진을 붙였다. 덩굴이 점점 간판을 덮으면서 마치 자연으로 돌아간다는 느낌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