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17일 일본 우익의 ‘성지’로 2차 대전 당시 A급 전범이 합사된 도쿄(東京) 야스쿠니(靖國)신사에 공물을 보냈다. 이날은 2차 대전의 ‘A급 전범’ 14명이 야스쿠니신사에 합사된 날이기도 하다.
교도통신과 NHK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20일까지 이어지는 이 신사의 추계례대제(秋季例大祭) 첫날인 이날 ‘내각총리대신 아베 신조’ 명의로 ‘마사카키’라는 화분 공물을 봉납했다. 아베 총리는 현재 스페인, 프랑스, 벨기에 등 유럽 방문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두 번째 총리 취임 이듬해인 2013년 12월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해 한국과 중국 등 국제사회로부터 강한 반발을 불러온 바 있다. 이후 신사 참배는 삼가고 있지만, 매년 공물이나 공물료를 내고 있다.
2013년 이후 매년 봄·가을 제사에는 매년 ‘마사사키’를 신사에 보냈다. 또 일본의 2차대전 패전일(일본 종전일)인 매년 8월15일에는 자민당 총재 자격으로 다마구시(玉串·물푸레나무 가지에 흰 종이를 단 것) 공물료를 냈다.
야스쿠니신사는 일본의 패전 직전까지 일왕을 정점으로 하는 국가 신도(神道)의 중심으로, 일왕 숭배와 군국주의 전쟁을 정당화하는 역할을 했다. 근대 일본이 일으킨 크고 작은 전쟁에서 일왕을 위해 숨진 이들 246만6000여 명을 신으로 떠받들고 있다. 패전 후 연합군의 지시로 종교법인이 됐지만 지금도 일본의 침략전쟁을 정당화하려는 우익 세력들의 성지 역할을 하고 있다.
야스쿠니신사에는 특히 극동군사재판(도쿄재판)의 판결에 따라 교수형 당한 도조 히데키(東條英機) 전 총리를 비롯해 태평양전쟁 A급 전범 14명이 합사돼 있다. 아베 총리가 공물을 봉납한 이날은 A급 전범 14명이 극비리에 야스쿠니신사에 합사(合祀)된 지 40년이 되는 날이다. 이같은 사실이 1979년 일본 언론에 의해 알려지면서 역대 총리들의 참배 움직임에 아시아 피해국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A급 전범 합사 사실이 알려진 이후 야스쿠니신사를 공식 참배한 총리는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曾根康弘), 고미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아베 총리 등이다. 그때마다 한국, 중국 등 주변국은 일본이 침략전쟁을 반성하기는커녕 미화하려고 한다고 거세게 반발, 갈등이 불거졌다.
한편 히로히토(裕仁) 일왕은 1975년 이후 야스쿠니신사에 발길을 끊었고, 현 아키히토(明仁) 일왕도 즉위 후 한 번도 야스쿠니신사를 찾지 않았다. 최근에는 야스쿠니신사 최고신관이 “폐하(일왕)는 야스쿠니신사를 망치려 하고 있다”고 발언한 사실이 알려져 사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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