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2일 개각 및 당직 개편을 단행했다. 지난달 20일 자민당 총재 3연임에 성공한 데 이어 ‘4차 아베 개조(改造) 내각’이 발족한 것이다.
각료 중 3분의 2를 바꾼 대규모 개각이지만 ‘쇄신형’과는 거리가 멀다. 정권의 핵심 인물들을 유임시키고, 측근들을 당 요직에 포진시켰다. 당정에 대한 장악력을 확고히 해 숙원인 개헌을 3년 임기 내에 달성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아베 총리는 이날 오후 내각 각료 19명 중 13명을 바꾸는 개각을 실시했다. 12명이 처음 입각해 역대 아베 내각 가운데 가장 많다.
방위상에는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 겸 재무상이 이끄는 아소파의 이와야 다케시(岩屋毅) 전 자민당 안보조사회장이, 문부과학상에는 아베 총리 소속 파벌인 호소다파의 시바야마 마사히코(柴山昌彦) 총재특보가 기용됐다.
여성은 유일하게 가타야마 사쓰키(片山さつき) 의원이 지방창생담당상에 임명됐다. 그는 일본군의 위안부 강제연행을 부인하고, ‘넷 우익’과 교감한다는 평을 듣고 있다. 올림픽상에 기용된 사쿠라다 요시타카(櫻田義孝) 의원은 2016년 “위안부는 매춘부”라는 망언을 했던 인물이다.
법무상에는 총재 선거에서 맞붙은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간사장 파벌인 야마시타 다카시(山下貴司) 의원이 발탁됐다. 이시바 전 간사장을 지지했던 인사들에게 ‘찬밥’을 먹인다는 논란을 의식한 조치로 풀이된다. 이시바 전 간사장을 지지해 아베 총리 측의 사임 ‘압력’을 폭로했던 사이토 겐(齊藤健) 농림수산상은 교체됐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아베 총리 지지 의원들을 10명 넘게 첫 입각시키는 등 논공행상의 색깔이 짙다”고 평가했다.
아베 총리는 정권의 주축인 아소 부총리와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유임시켰다. 아소파가 ‘포스트 아베’로 미는 고노 다로(河野太郞) 외무상, 세코 히로시게(世耕弘成) 경제산업상,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경제재생담당상 등 외교·경제 라인도 그대로 뒀다. 이날 오전 당 인사에서도 아베 총리를 적극 지원해온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간사장,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정조회장을 유임시켰다.
눈여겨볼 대목은 당직 인사다. ‘당 3역’인 총무회장에 측근인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 의원을 임명했다. 개헌안을 국회에 제출하기 위해 당 총무회의 승인이 필요한 만큼 측근을 배치한 것이다.
아베 총리는 또 금전수수 의혹으로 2016년 경제재생상에서 물러났던 아마리 아키라(甘利明) 의원을 선대위원장에 기용했다. 아마리 의원은 아베·아소·스가와 함께 영문 이름 첫자를 합쳐 ‘3A+S’로 불리는 아베 총리의 ‘맹우’다. 그를 당 핵심에 포진시켜 내년 참의원 선거에 대비하는 등 권력기반을 굳히겠다는 것이다.
한편 극우 성향으로 ‘여자 아베’로 불리는 이나다 도모미(稻田朋美) 의원은 당 수석부간사장에 기용될 것이라고 일본 언론이 보도했다. 지난해 7월 자위대 문서 은폐 논란 속에 방위상에서 물러난 지 1년3개월 만에 요직에 복귀하는 것이다.
다만 이처럼 친정체제를 구축해 내년 참의원 선거에 승리하고 개헌까지 이뤄내겠다는 아베 총리의 구상이 그대로 실현될지는 불투명하다. 측근 중심의 정권 운영이 민심의 반발을 부를 위험성이 다분하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맹우 관계에 치우친 정권 운영은 양날의 검”이라고 했다. 이미 총재 선거에서 ‘압승’ 시나리오가 어그러진 데다 오키나와지사 선거에서 패하는 등 지방 민심이 호의적이지 않은 상황이다.
이번 개각에 ‘감동’이 없는 점도 지적된다. 아베 총리는 과거 개각 때 여성 각료를 대거 기용하거나 자신과 정치색이 다른 인물을 발탁하는 등 ‘주목 상품’을 준비해왔다. 하지만 이번 개각에선 당선 7·8회인 ‘입각 대기조’가 두드러져 당내에서도 ‘재고 정리 개각’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고 아사히신문이 전했다.
아베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미래 시대를 열기 위한 전원야구내각”이라면서 “확실한 정권의 토대 위에 새로 입각한 이들이 능력을 마음껏 발휘하도록 하고 싶다”고 밝혔다. 개헌에 대해선 “총재 선거에서 다음 국회 때 개헌안을 제출도록 하겠다고 해서 승리했다”면서 “결과가 나온 이상 논의를 진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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