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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일본 정치

‘예찬’ 일색인 아베 정권의 메이지유신 150주년 행사

 ·시민단체 “가해와 침략 책임 회피하는 아베 색깔 행사”

 메이지(明治)유신 15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가 23일 일본 정부 주관으로 개최됐다. 근대화의 초석을 다진 ‘메이지의 영광’을 기리자는 취지다. 그 속에 메이지유신이 가져온 식민 지배와 침략 전쟁에 대한 반성은 없었다. 행사장 인근에선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의 ‘메이지 예찬’이 침략의 역사를 은폐·왜곡한다고 비판하는 집회가 열렸다.
 아베 총리는 도쿄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메이지유신 150주년 기념식에서  “최근 우리나라(일본)는 급속한 저출산고령화와 국제사회의 거친 물결 속에 있다”며 “국난이라고 말할 수 있는 시대에 메이지 시대 사람들이 용기와 지혜, 노력, 분투로 새 시대의 문을 열었다는 것을 생각하며 난국을 뛰어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내년에는 일왕이 퇴위하고 왕위 계승이 이뤄지며 그 다음해는 도쿄올림픽이 개최돼 세계의 관심이 일본에 모이는 역사의 전환점을 맞이한다”며 “메이지 시대 사람들같이 어떤 국난이 오더라도 꺾이지말고 미래를 개척해 나가야 한다”고 했다. 아베 총리는 메이지유신 이후 발전상을 열거하는 등 ‘메이지 예찬’으로 일관했다. 하지만 메이지유신의 결과물인 한반도 식민 지배와 침략 전쟁은 언급하지 않았다.
 메이지유신은 일왕파가 막부(幕府) 체제를 무너뜨리고 왕정 복고를 이룩한 변혁 과정이다. 일본은 메이지유신 이후 입헌주의 도입, 토지·세제 개혁 등을 통해 근대화·산업화를 이룩할 수 있었다. 반면 유신을 통해 뿌려진 군국주의의 씨앗은 식민 지배와 침략 전쟁이라는 결과물로 이어졌다. 기념식이 열린 이날은 메이지라는 원호가 사용된지 150년 된 날이다.
 아베 정권은 올해가 메이지유신 150주년임을 앞세워 애국심을 고취하고, ‘국난’을 넘어 ‘새 국가’를 건설하자고 호소해왔다. 이런 분위기 조성을 통해 군비 증강과 평화헌법 개정을 추진하려 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정부는 메이지유신 150주년 사이트를 개설하고 로고마크나 전단지를 만들어 각 지방자치단체와 정부부처에 관련 행사를 장려해왔다. 아베 총리와 가까운 의원들은 헌법이 공포된 11월3일 ‘문화의날’을 ‘메이지의 날’로 바꾸려는 의원연맹을 결성했다.

 기념식이 열린 2시간 뒤 인근 중의원회관에선 무라야마(村山) 담화를 계승·발전시키는 모임이 주최하는 ‘메이지 150년 예찬식’ 비판 집회가 열렸다.
 이 모임의 후지타 다카카게(藤田高景) 이사장은 “정부는 ‘메이지 150년은 훌륭했다’,  ‘메이지의 정신에서 배우고 일본의 강점을 재인식하자’면서 메이지 150년을 상찬하고, 일본이 저지른 잔혹한 아시아 침략을 은폐하고 역사를 왜곡하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방적인 역사인식과 내셔널리즘을 강요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다카시마 노부요시(高嶋伸欣) 류큐대 명예교수는 “이번 행사는 자신에게 좋은 것만 집어쓰는 정치 이용  행사이자, 가해와 침략 책임을 회피하는 아베 색깔의 행사”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