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여름 휴가에 들어가자마자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등 자신의 파벌 출신 전직 총리들과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 겸 재무상 등 자신을 지지하는 파벌 수장들을 만났다. 내달 자민당 총재 선거 등을 둘러싸고 의견을 나누는 등 사실상 선거 준비 작업에 들어간 모양새다.
16일 NHK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전날 저녁 야마나시(山梨)현 나루사와무라(鳴澤村)에서 고이즈미 전 총리와 모리 요시로(森喜朗) 전 총리, 아소 부총리,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자민당 정조회장 등과 저녁을 겸한 회담을 가졌다.
고이즈미·모리 전 총리는 자신과 같은 호소다(細田)파 출신이다. 아소 부총리는 당내 제2파벌인 아소파의 수장으로 아베 총리의 ‘맹우’를 자처하고 있다. 제4파벌인 기시다파의 기시다 정조회장도 지난달 총재 선거 출마를 포기하고 아베 총리 지지를 선언했다.
회담에선 앞으로의 정권운영과 함께 다음달 열리는 자민당 총재선거에 대한 의견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참석자 가운데에선 “아베 총리와 이시바 시게루 전 간사장의 일대일 대결”이라는 견해가 나왔다고 NHK는 전했다.
아베 총리는 16일에는 별장에서 가까운 골프장에서 고이즈미·모리 전 총리, 아소 부총리 등과 함께 골프까지 즐겼다. 아베 총리는 경기를 마친 뒤 기자들에게 “기분 좋게 경기를 했다”고 답했다.
아베 총리는 일본의 종전기념일(패전일)인 15일 전국전몰자추도식 참석 등을 마친 뒤 야마나시현 나루사와무라의 별장에 도착, 여름휴가에 들어갔다. 그는 오는 24일까지 여름 휴가를 보낼 것으로 전망된다.
여름 휴가기간 중 좋아하는 골프나 회식 등을 즐길 예정이지만, 다음달 20일 예정된 자민당 총재 선거를 준비도 할 것으로 일본 언론은 보고 있다. 자신이 내걸 공약을 다듬고 공식 출마 표명 시기를 가다듬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총재 선거 출마와 관련해 “매미 소리가 요란할 때쯤 결정하겠다”고 말해온 아베 총리는 지난 11일 자신의 지역구인 야마구치(山口)현에서 “6년 전 총재선거에 출마했을 때의 뜻이 조금도 변함이 없다”며 출마 의사를 강하게 드러냈다.
이에 앞서 이시바 전 간사장은 지난 10일 총재 선거 출마를 공식 표명하면서 “정직하고 공정하며 겸허하면서 공손한 정치를 하겠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 부부가 연루 의혹을 받고 있는 모리토모(森友)·가케(加計)학원 스캔들을 겨냥한 것이다.
이에 아베 총리는 지난 12일 “행정의 공평을 주관하는 것은 총리로서 당연한 책무”라고 말하는 등 이미 양측 간 신경전은 시작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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