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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일본 정치

“아베 3선의 마지막 관문은 폭우”...자민당 총재선 쟁점 되나

 “정부로서 한덩어리가 돼 재해 이후 전력으로 대처해 왔다. 현장의 목소리를 잘 들어 정부와 지자체가 일체가 돼 대응하겠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지난 11일 폭우 피해지역인 오카야마(岡山)현 구라시키(倉敷)시를 시찰한 뒤 기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아베 정권의 초동 대책이 안이했던 것 아니냐는 비판을 의식한 말로 풀이된다. 아베 총리는 오카야마와 히로시마(廣島) 등 일본 서부지역에 폭우가 내리기 시작한 지난 5일 저녁 자민당 의원들과 술자리를 가졌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는 상황이다.
 일본 언론들은 이번 서일본 폭우 피해에 대한 여론이 오는 9월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3연임이 유력시되는 아베 총리에게 사실상 마지막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은 12일 “아베 총리와 ‘포스트 아베’ 후보들이 방재 대책에 힘을 쏟는 모습을 내세우는 등 총재 선거의 쟁점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한 언론사 기자도 “아베 총리의 3선이 거의 굳어지고 있다”면서도 “이번 폭우 피해가 어느 정도 영향을 줄 지가 관건”이라고 했다.
 이번 폭우 피해는 아베 총리로서도 예상치 못했던 ‘날벼락’이다. 최근 아베 총리의 총재 3연임은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였다. 사학스캔들로 지난 3~4월 30%대 초반까지 떨어졌던 지지율은 최근 회복세를 보이는 중이었다.  NHK의 6~8일 조사에서도 아베 내각 지지율은 전달보다 6%포인트 오른 44%로, 비지지율(39%)을 넉 달 만에 앞섰다. 이런 와중에 터진 폭우 피해와 ‘술자리 논란’이 자칫 상승세를 꺾는 건 아닐지 우려하는 것이다. 아베 총리가 11~18일 예정된 유럽 순방을 취소하고 서둘러 폭우 피해지역을 방문한 것도 이 때문이다. 애써 돌려놓은 지지율이 다시 하락세로 돌아서는 것은 막겠다는 생각이다.
 아베 총리는 전날 구라시키를 방문한 자리에서 지방자치단체의 요청을 기다리지 않고 지원물자를 보내주는 ‘푸쉬형 지원’을 즉시 실시하고 있다고 했다. 정부가 재해 복구에 만전을 기하고 있음을 강조한 것이다. 하지만 현지 주민들 사이에선 술자리 논란을 두고 “어떻게 된 거 아니냐” “안된다고 생각하지만 이런 생각이 통하겠냐”는 냉소적인 목소리가 나왔다고 민영방송 TBS는 전했다.
 ‘포스트 아베’ 주자들도 움직이고 있다.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자민당 간사장은 재해 대응을 전문으로 하는 ‘방재성’의 신설을 주장하고 있다. 아베 총리와의 차별성을 드러내겠다는 것이다. 지역구가 있는 히로시마가 큰  피해를 입은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정조회장은 “지금까지 경험한 재해와 질이 다르다”면서 예산과 방재정책의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표시했다. 그는 15일 피해지역을 방문할 예정이다. 노다 세이코(野田聖子) 총무상은 지자체와 소방을 책임지는 총무성 수장으로서 피해자의 구조와 수색 활동, 복구에 전력을 다하는 자세를 강조하고 있다고 요미우리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