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사진)가 ‘개헌’을 자민당 총재 선거의 주요 쟁점으로 띄웠다. 외조부 기시 노부스케(岸信介) 전 총리 이후 아베가(家) 3대의 숙원을 이루겠다는 야욕을 재차 드러낸 것이지만, 총재 3연임과 이후 구심력 확보를 위해 개헌론을 정략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베 총리는 지난 12일 지역구인 야마구치(山口)현 강연에서 “당의 헌법개정안을 다음 국회에 제출할 수 있도록 속도를 내겠다”고 했다. 한동안 잠잠했던 개헌론에 군불을 때겠다는 것이다.
아베 총리는 지난해 5월 ‘개정 헌법의 2020년 실시’를 내걸면서 개헌론을 밀어붙였다. 전쟁 포기와 교전권 부인을 담은 헌법 9조 1·2항은 그대로 두되 자위대의 근거 규정을 추가하자는 안이다. 하지만 사학 스캔들로 정권에 대한 비판이 커지자 “(개헌) 일정이 정해진 건 아니다”면서 한 발 물러섰다.
이런 상황에서 다음달 총재 선거에서 개헌을 쟁점화하려는 것은 총재 3선 분위기를 굳히고, 개헌 여론도 재차 끌어올리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총재 선거에서 승리함으로써 개헌이 여론 지지를 얻었다는 논리를 펴겠다는 것이다. 총리 측은 올가을 임시국회에서 당 개헌안을 제출한 뒤 내년 정기국회의에서 발의하는 시나리오를 그리고 있다.
하지만 이런 움직임에는 정치적 포석이 강하게 깔려 있다. 당내에는 ‘아베식 개헌론’에 반대하는 흐름이 있다. 그 선봉이 총재 선거에서 맞붙는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간사장이다. 개헌론을 무기로 이시바 전 간사장을 누르는 동시에 당내 이론(異論)에도 종지부를 찍겠다는 것이다.
‘3선 이후’도 내다보고 있다. 당내에선 “3선을 하는 순간 레임덕(권력누수)이 시작된다”는 애기가 나오고 있다. 아베 총리로선 개헌 기치를 내걸어 레임덕을 방지하고, 지지기반인 보수층을 붙들어매겠다는 의도가 있는 것이다. 총리 측근은 아사히신문에 “개헌 깃발을 내렸다간 총리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떠난다”고 밝혔다.
다만 아베 총리가 그리는 대로 개헌론이 진척될 지는 미지수다. 당장 연립여당인 공명당의 모체단체인 소카각카이(創價學會)는 ‘평화헌법’ 개정에 소극적이다. 공명당으로선 내년 지방선거와 참의원 선거 전 개헌론이 돌출되는 것은 피하고 싶어 한다. 내년 4월말과 5월초에는 일왕의 퇴위·즉위식이 예정돼 있어 “차분한 분위기에서 왕위 계승을 실현하는 데 개헌 논의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도 나온다. 아베 정권의 한 간부는 “(내년 여름) 참의원 선거가 끝날 때까지 헌법 개정으로 움직이는 것은 어렵다”고 했다고 아사히는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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