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국제/일본 정치

국민들은 폭우폭염에 난리인데... 아베 정권 인사들의 ‘망중한’

 “이런 식으로 잤다고 합니다.”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무상은 지난 14일 트위터에 호화로운 침대에 누워있는 자신의 모습을 찍은 사진을 올리면서 이렇게 썼다. 그는 프랑스 혁명기념일 행사 참석 등을 위해 프랑스 파리를 방문 중이었다.
 고노 외무상은 트위터에 프랑스 외무성 건물 내부를 찍은 사진을 잇따라 올렸다. ‘왕의 침실’이나 ‘여왕의 침실’로 불리는 방들과 황금 욕조, 은 욕조의 모습이 담겼다. 그는 “(왕의 침실은) 영국의 조지 6세가 프랑스를 방문했을 때 준비했던 방이라고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렇다고 해도 침대가 너무 작은 거 아니냐고 물었더니”라는 글을 올린 뒤 자신이 침대에 누운 사진과 함께 “이런 식으로 잤다고 한다”라고 덧붙였다. 마치 프랑스 외유(外遊)를 만끽하는 듯한 내용이었다.
 인터넷상에는 “일본이 이만큼 힘든 상황인데 관광 기분을 내고 있나” “도대체 어떤 멘탈리티(정신세계)를 갖고 있는 거냐” 등의 비판들이 나왔다.
 일본에선 지난 5일부터 서일본에 쏟아진 집중호우로 심각한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일본 경찰청에 따르면 17일 현재 사망자는 222명으로, 교도통신이 자체 집계한 실종자 20명을 합치면 사망·실종자는 적어도 242명에 이른다. 대피소 생활을 하는 사람도 4700명에 달한다. 폭우 뒤에 찾아온 폭염으로 ‘침대’는 고사하고 무더운 피난소에서 잠을 청해야 하는 이재민들도 적지 않은 것이다.
 이미 아베 정권은 폭우 피해에 대한 초동 대응이 안이했던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고 있다. 아베 총리는 집중호우가 내리기 시작한 지난 5일 저녁 자민당 의원들과 술자리를 가졌다. 이 자리에는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자민당 정조회장과 오노데라 이쓰노리(小野寺五典) 방위상, 가미카와 요코(上川陽子) 법무상 등 거물급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정권 인사들의 이후 대응도 도마에 올랐다. 술자리 사진을 자신의 트위터에 올리면서 “좋구나, 자민당”이라고 했던 니시무라 야스토시(西村康稔) 관방 부장관은 지난 11일 “호우 피해가 발생했을 때 모임을 열고 있었던 것 같은 오해를 주고, 불쾌한 생각을 갖도록 해 사과의 말씀을 올린다”고 했다. 술자리 논란이 ‘오해’라는 식으로 대응한 것이다.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 겸 재무상은 17일 “친목을 도모하기 위한 건데 술 얘기만 거론되고 있다”고 언론에 불만을 드러냈다.  
 아시히신문이 지난 14~15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번 호우에 대한 아베 내각 대응을 “평가한다”는 응답은 32%로, “평가하지 않는다”는 응답 45%를 크게 밑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