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국제/일본 정치

폭우 피해와 옴진리교 사형 전야에 아베 총리 등은 ‘건배’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지난 5일 참석한 자민당 의원들의 회식 자리가 빈축을 사고 있다. 당시 서일본을 중심으로 폭우가 내리고 있는 상황에서 희희낙락하면서 ‘술판’을 벌인 게 적절했냐는 것이다.
 9일 일본 언론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지난 5일 밤 도쿄 아카사카(赤坂)의 의원 숙소에서 열린 자민당 의원과의 간담회에 참석했다. 이 간담회는 자민당 간부와 젊은 의원들이 허물없이 이야기를 나누자는 취지로 마련됐다고 한다. 오는 9월 자민당 총재 선거를 앞두고 ‘표심 행보’를 본격화하고 있는 아베 총리로선 빼놓을 수 없는 자리였던 것으로 풀이된다. 
 간담회에는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자민당 정조회장, 오노데라 이쓰노리(小野寺五典) 방위상 등 40명이 넘는 의원들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서로 술잔을 주고받으면서 사진을 찍는 등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런 모습은 참석한 의원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사진과 글을 올리면서 알려졌다. 가타야마 사쓰키(片山さつき) 참의원 의원은  SNS에 회식 모습을 찍은 사진과 함께 “총리와 사진을 찍든지 하면서 바쁘고 즐겁다”는 글을 올렸다. 니시무라 야스토시(西村康稔) 관방 부장관도 “많은 의원들이 아베 총리가 가져온 (고급 일본 술인) ‘다사이’와 기시다 정조회장이 가져온 ‘가모쓰루’ 중 무엇을 선택할지 질문을 받고 잠깐 당황했지만 결국 둘 다 마셨다. 그리고 두 사람과 함께 사진을 찍었다. 좋구나, 자민당” 등의 글을 SNS에 올렸다. SNS에 올라온 사진에는 술잔을 앞에 두고 만면에 미소를 지으면서 엄지를 들고 있는 의원들의 모습 등이 찍혔다.
 문제는 이 회식이 있던 시간에 이미 서일본을 중심으로 호우 피해 우려가 제기되고 있었다는 것이다. 일본 기상청은 당일 오후 2시에 “기록적인 큰 비가 내릴 우려가 있다”고 경계를 요청했다. NHK에 따르면 오후 8시 시점에 오사카를 중심으로 한 긴키(近畿) 지방에 피난 지시가 3만7000세대에 내려졌고, 피난 권고가 19만4000세대에 내려졌다. 고베와 기후, 다카야마시에선 토사 붕괴도 일어났다.
 NHK에 따르면 일본에선 이번 폭우로 9일 오후 3시 현재 112명이 사망하고 78명이 행방불명인 등 인명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이는 헤이세이(平成·현 일왕의 연호로 1989년부터 사용) 들어 사망자가 가장 많은 풍수재해라고 NHK는 전했다. 
 SNS 상에선 “도대체 어떤 정신으로 이런 술판이 가능한가” “이게 위기 관리인가” “소름끼친다” 등의 비판이 잇따랐다. 하지만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6일 관련 질문을 받고 “호우에 대해선 관저에서도 확실히 하고 있고, 각 부문에서 확실히 대처하고 있다. 해야할 것을 확실히 하고 있으면 문제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회식 자리에 가와가미 요코(上川陽子) 법무상이 참석한 것도 도마에 올랐다. 회식 다음날인 6일 오전에는 지하철 사린 테러 사건으로 일본 사회를 공포에 떨게 했던 ‘옴 진리교’ 교주 아사하라 쇼코 등 7명에 대한 사형이 전격 집행됐다. 가미카와 법무상은 사형 집행 직후 기자회견에서 “3일 집행명령서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다음날 사형 집행이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술자리에 참석했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