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 에콰도르 대선에서 좌파 성향의 집권여당인 국가연합당 레닌 모레노 후보(63·사진)가 1위를 할 것으로 예측됐다. 세계에서 유일한 ‘휠체어 대통령’이 탄생할지 주목된다.
에콰도르 선거관리위원회는 20일(현지시간) 개표가 약 86% 진행된 가운데 모레노가 39.08%의 득표율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중도 우파인 야권의 기예르모 라소 후보(61)는 28.29%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모레노가 1차 투표에서 선두를 차지하는 것은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만약 모레노가 40% 이상을 득표하고 2위 후보인 라소를 10%포인트 이상 앞선다면 결선투표 없이 최종 당선된다.
모레노가 대통령이 될 경우 세계에서 유일한 하반신 마비 장애인 대통령이 된다. 그는 하반신 마비로 휠체어를 이용한다.
페루에 인접한 아마존의 외딴 마을에서 태어난 모레노는 1998년까지만 해도 ‘잘나가는’ 사업가이자 행정가였다. 하지만 그해 쇼핑몰 강도사건이 인생을 바꾸었다. 강도가 쏜 총탄에 허리를 맞아 하반신을 쓸 수 없게 된 것이다.
이후 극심한 실의에 빠졌던 모레노는 ‘웃음’으로 위기를 극복했다. 그는 웃음을 통해 통증을 완화하는 대체요법의 열렬한 지지자가 됐고, 관련 책들을 내기도 했다.
모레노는 2007년부터 2013년까지 현 라파엘 코레아 대통령 정부에서 부통령으로 일했다. 장애인들 지원을 늘리고, 기업의 장애인 의무고용 비율을 4%까지 늘리는 등 장애인 인권과 복지 향상을 위해 노력했다. 2012년 노벨 평화상 후보로 거명되기도 했다. 2013년부터 3년간 유엔 장애인 특사를 지내기도 했다. 모레노는 지난 10년간 에콰도르를 이끈 코레아 정부를 이어 사회복지 정책의 저변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놓고 있다.
그가 대통령직에 오를 수 있을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오는 4월2일 결선투표가 진행될 경우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 최근 저유가 기조에 따른 경기침체와 부패 스캔들로 인해 현 정부에 대한 반대표가 결집할 수 있다.
남미 좌파 정권의 퇴조 속에 이미 페루와 아르헨티나에는 보수 정권이 들어섰다. 모레노의 당선 여부는 이 같은 흐름을 확인할 기회로도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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