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68)가 4년 만에 내는 신작 장편소설을 두고 일본 열도가 들썩이고 있다. 하루키가 매년 노벨 문학상 후보에 오르는 일본의 대표적인 작가인데다, 내는 책마다 ‘대히트’를 기록해왔기 때문에 팬은 물론, 불황에 빠진 출판계에 ‘단비’가 될 것으로 기대되면서다. 특히 이번 소설이 제목을 빼곤 알려진 게 없는 탓에 내용에 대한 억측이 난무하는 등 출간을 앞두고 기대감이 최고조로 달하고 있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24일 하루키의 신작장편소설 ‘기사단장 죽이기’ 1·2권이 동시 출간된다. 그의 장편소설이 나오는 것은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이후 4년 만이다.
당초 출판사 신초사는 초판을 1·2권 각각 50만부씩 100만부 발행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예약이 크게 늘면서 1권은 20만부를, 2권은 10만부를 더 발행하기로 했다. 신초사는 “서점과 독자의 반응과 기대의 목소리가 지금까지 이상으로 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초판 발행부수는 과거 작품들을 뛰어넘는 것이다. 2009년 발매된 소설 ‘1Q84’ 1·2권은 총 38만부를 찍을 예정이었으나 주문이 밀려 68만부를 찍었다. 2010년 발매된 ‘1Q84’ 3권은 초판 50만부를 찍었다.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는 20만부를 증쇄해 초판 50만부를 찍었다.
하루키의 팬들은 물론 일본 출판계는 이번 신작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하루키는 일본에서 발표하는 작품마다 대히트를 기록하는 작가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힌다. 작품에 등장하는 클래식 음악 CD도 함께 히트를 기록하는 등 영향력이 크다.
아사히신문은 “출판 불황에 시달리는 서점에게 대망의 신작”이라고 평가했다. 일주일 만에 초판이 매진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신작이 나오는 24일 일찍 ‘출장판매’를 계획하고 있는 서점도 있다. 나고야역 앞의 호시노서점은 “개점보다 3시간 빠른 아침 7시부터 근처 상업시설 등에서 출근하는 시민들을 대상으로 책을 판매할 예정이다.
하루키의 신작은 제목 이외에는 볼 수 없도록 해서 판매되는 게 통상적이었다. 이번 신작도 책 제목과 ‘제1부 출현하는 이데아편’, ‘제2부 변하는 메타파편’이라는 부제 말고는 아무런 정보도 공개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온라인상에선 본격 미스테리일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는 등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책 제목에 ‘죽이기’가 있는 것에 착안해 “과거 작품 속 발언 등으로 보아 직접적인 살인이 아닌 정신적인 의미의 상징적인 ‘죽이기’를 말하는 게 아닐까”라는 의견도 나온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습관이 된다’는 평론서를 낸 문예평론가 시미즈 요시노리(淸水良典) 교수는 아사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소설 제목으로서는 이색적이어서 해외에서의 판매나 평가를 의식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 “1부와 2부를 동시에 출간한 ‘태엽 감는 새’나 ‘1Q84’처럼 3부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기사장이 살해되는 장면이 그려진다는 점에서 모차르트의 오페라 ‘돈 조반니’를 연상시킨다”며 “오페라에선 기사장은 조반니가 유혹하는 여자의 아버지역으로, ‘1Q84’ 등에서 간접적으로 그려진 ‘부친살해’의 주제가 반복되는 건 아닐까. 오랜 기간 억압적이었던 부친과의 관계를 모티브로 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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